[화물연대 파업 나흘째]“5월악몽 또…” 컨테이너 산더미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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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간 외국 선사들이 모두 떠나가는 것 아닙니까.”

화물연대 파업 나흘째인 24일 세계 굴지의 컨테이너항인 부산항.

평소 컨테이너 차량으로 꽉 찼던 부두로와 우암로 동서고가도로 등 주요 컨테이너 배후도로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부두 규모가 가장 큰 신선대 터미널의 경우 평소 컨테이너 운송 차량이 꼬리를 물었으나 이날은 5∼10분이 지나야 차량 한 대가 눈에 띌 정도였다.

정문에서 근무하는 청원경찰 최광만씨(35)는 “차량 출입이 60% 이상 줄었다”며 “부두 안에 쌓여 가는 컨테이너를 보면서 경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4단으로 쌓인 컨테이너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선 19만여평의 터미널 안으로 들어서자 지원 나온 군인들만 분주히 움직였다. 또 30여대의 크레인 중 일부만 부두 내 화물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들어와 이곳에서 하역작업을 하고 4만t급 PNO 파나마호는 이날 553개의 컨테이너를 내린 뒤 206개를 다시 싣고 미국으로 떠날 계획이었지만 파업의 여파로 출발 예정일을 늦췄다.

신선대를 빠져나와 감만∼신감만∼우암∼7부두 쪽으로 나오자 각 컨테이너 운송업체 정문에는 개별 차주나 용차사를 모집하는 현수막이 군데군데 내걸렸다.

또 신선대부두 앞을 비롯해 감만, 신감만부두 앞 8차로도로 양쪽에는 불법주차 스티커가 부착된 100여대의 컨테이너 차량이 길게 늘어서 올 5월의 모습이 재연되고 있었다.

화물차의 통행량이 거의 없는 부두 주변 주요 도로에는 경찰이 삼삼오오 배치돼 긴장감이 돌았다.

차량을 점검하러 나온 한 운전사는 “컨테이너 부분은 상당 부분 합의가 이뤄졌는데 시멘트 벌크 트레일러 부분까지 함께 협상을 벌이다 결국 파국을 맞게 됐다”며 “빨리 협상이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컨테이너 처리 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산항이 휘청거리면서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부두 운영사에 따르면 현재 우암부두와 자성대부두에 접안 중인 10척의 선박에 대한 수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우암부두의 흥아해운 MRDR-18호와 고려해운 KNOB-14호 등 두 척이 950개의 컨테이너를 선적할 계획이었지만 125개를 채우지 못하고 있고, 자성대부두의 AL FARAHIDI호도 계획된 950개 중 228개를 못 싣고 있다.

23일에는 OOCL상하이호가 예정된 900개의 컨테이너 가운데 400개를 싣지 못한 채 출항하기도 했다.

신선대 컨테이너터미널 임성택 운영팀장은 “5월과 달리 비조합원이 파업에 동조하지 않고 있어 가까운 거리의 화물은 움직일 수 있지만 추석 대목을 앞두고 파업이 장기화하면 수출전선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각 부두측은 컨테이너 트레일러의 70% 이상이 파업에 참가하면 부산항의 기능이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마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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