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공무원 현안사업 매달려 '연장근무' 일상화

  • 입력 2003년 8월 5일 0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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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공무원들이 매주 수요일 정시 퇴근한다. 6일부터 정시퇴근을 도가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민원인들에게 자칫 ‘눈총’을 사기 쉽상인 정시 퇴근이 강행된 배경은 한가지. 도 공무원들이 그동안 심한 격무에 시달렸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주도는 그동안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이라는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매달려 왔다. 또 제주도 최대 산업 중 하나인 감귤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면서 밤늦게까지 관련 공무원들이 일에 몰두하는 것이 반복되어 왔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내려진 것은 최근이다.

제주도 국제자유도시추진단 조상범(趙相範·32) 사무관은 올 들어 정해진 퇴근 시간에 청사를 나간 기억이 없다.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개정작업에 착수하면서 대안마련과 도민의견수렴, 워크숍, 공청회 준비 등으로 청사에서 살다시피 했다.

요즘은 매주 3박4일 일정으로 중앙부처와 국회 등을 돌며 특별법 개정의 당위성을 설명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조 사무관은 “아들(5세), 딸(4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해 항상 미안하다”며“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겨 다행이다”고 말했다.

기획업무를 맡고 있는 한경필(韓京泌·38) 사무관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 등의 후속 업무와 제주도 현안 사업의 조정을 처리하느라 밤샐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 사무관은 “기존 업무 외에도 새로운 업무가 계속 생겨나 개인 시간을 갖기가 힘들다”며 “휴일에도 출근해 자료를 챙기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 감귤가격 폭락과 수박 흉작 등으로 농심(農心)이 멍들면서 1차 산업관련 부서는 오후 10시까지 사무실 불을 켜놓는 일이 잦아졌다. 다음날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 해도 농민들의 근심이 마음에 걸려 퇴근하기가 꺼림직한 분위기다.

정시 퇴근은 자율적이 아니라 의무 사항으로 시행된다. 태풍 등 불가피한 일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초과 근무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산하 사업소 소속 공무원들은 6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면 업무를 마무리 하고 1시간 이내에 청사를 나서야 한다.

제주도 고용삼(高龍三) 총무과장은 “정시 퇴근 시행으로 근무의욕을 높일 뿐만 아니라 상사의 퇴근을 기다리는 대기성 근무행태가 개선되길 기대한다”며 “에너지 재충전을 위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한 공무원은 “이번에 도입되는 정시퇴근제는 가정생활에 충실하면서도 회사(제주도) 일도 열심히 하라는 일종의 윈-윈(win-win)개념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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