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울도하늘소 보러오세요"

  • 입력 2003년 6월 20일 2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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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도 하늘소를 키우자.’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만 서식하는 희귀곤충(환경부 지정 보호종) 울(릉)도 하늘소가 날개를 활짝 편 채 새로운 울릉도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3cm가량의 몸통을 가진 울도 하늘소는 울릉도를 포함해 일본과 대만 등에 분포하는 여름 곤충. 몸길이의 3배나 되는 2개의 더듬이가 특징이다.

울릉도 주민들은 울도 하늘소라고 하면 알아듣지 못했다. ‘돌다림이’라고 해야 통했다. 20년전쯤 주민들은 마음에 드는 울도 하늘소를 골라잡아 내기를 하곤 했던 것.

더듬이 앞에 돌멩이를 놓고 어느 놈이 더 무거운 돌을 집어 올릴 수 있느냐로 승부를 겨뤘다. 더듬이로 자기 몸통보다 큰 돌을 들어올린다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 여기서 ‘돌을 달아 올리는 곤충’이라는 뜻의 ‘돌다림이’라는 별칭이 생겼다. 그만큼 울도 하늘소는 흔했다.

지금 ‘울도 하늘소는 한국의 울릉도에만 서식하는 곤충’이라는 백과사전의 설명은 ‘오보(誤報)’가 될 처지다. 6월부터 10월까지 뽕나무나 무화과 잎을 주로 갉아먹고 사는 울도 하늘소는 뽕나무 재배농가가 크게 줄어들고 농약사용도 늘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요즘 울릉도 아이들은 ‘돌다림이’라는 이름을 모른다.

울릉군 농업기술센터는 2001년부터 울도 하늘소 인공사육에 나섰다. 도동항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가면 ‘울도 하늘소 생태관’이 나온다. 여기에는 인공부화된 울도 하늘소 3000여마리가 사육실에 가득하다. 이 가운데 100여마리는 3년만에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울도 하늘소와 함께 살다시피하는 직원 유순희(劉順姬·42)씨는 하늘소와 가장 가까운 친구다. 유씨는 “처음엔 암수 구별도 하기 어려웠다”며 “알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100일 동안 살피고 키우다보니 울도 하늘소가 자식처럼 살가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암컷 한 마리가 낳는 알 200개 가운데 생존하는 비율은 20%가 채 안된다. 인공사육도 쉽지 않다. 인공사육 중 죽는 하늘소는 박제처리를 해서 액자에 넣어 관광상품으로 만든다.

몇 년 뒤 울릉 어린이들은 주위에서 하늘소를 잡아 다시 ‘돌 달아 올리기’ 내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울릉군 농업기술센터 강병길(姜秉吉·28) 농촌지도사는 “적응훈련을 하고 있는 하늘소는 올 여름 자연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울도 하늘소가 많이 번식할 수 있도록 주민과 관광객들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릉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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