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 상당수 "약자도 배려해야"

  • 입력 2003년 5월 13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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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불법 집단행동에는 강력대응'이란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상당수 국무위원들은 "사회적 약자의 아픈 곳도 배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아 노무현(盧武鉉) 내각의 사회관을 반영했다.

고건(高建) 국무총리는 회의 도중 몇 차례에 걸쳐 "불법 행동엔 공권력을 행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 총리는 사업자-화물운송 알선업자-화물차 소유자-운전자로 이어지는 '계약 사슬'에 따른 운전자의 피해는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물차를 다단계 알선하는 등 20년 묵은 갈등구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불공정약관이 아닌지를 검토해 개선책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은 "경북 포항 등에 조사반을 급파해 불공정약관이 있는지를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출신인 지은희(池銀姬) 여성부장관도 "(화물차) 운전자들의 주당 노동시간, 수면시간, 급여액 등 삶의 질도 조사해야 한다"며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교수 출신인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은 "참여정부의 (노동분야) 정책기조가 (과거와) 달라진 것이 뭐가 있느냐는 소수의견이 있는 등 정부가 근원적 해법을 찾지 못하는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민변 부회장을 지낸 강금실(康錦實) 법무부장관은 "(정부에) 이분법적 판단보다는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 테두리 안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때) 정부가 어려워진다. 파업 및 공권력 행사기준을 정확히 마련하겠다"고 발언했다.

관료출신인 최종찬(崔鍾璨) 건설교통부 장관은 시장형 설명을 내놓았다. 그는 "규제완화 이후 화물운송업 진출이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수요-공급 구조가 무너지는 바람에 물동량에 비해 운전자가 많아서 운임이 낮아지는 문제가 나타났다"고 분석한 뒤, "(화물차 운전자의 저임금구조는 이해하지만) 저소득층의 집단행동은 (다른 저소득층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무회의에서 공권력투입 결정에 따른 후속대책 마련과는 무관한 "일부 신문과 방송이 화물연대 파업을 놓고 '부산항 총파업'이란 제목을 붙이는 등 부정확한 제목을 달았다"(고 총리) "보도용어가 과잉되게 부풀려서 사용된다"(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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