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안 부결…파업 강행 배경]“정부 말 어떻게 믿나”

  • 입력 2003년 5월 13일 0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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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12일 국가적 물류대란과 이에 따른 여론 악화를 무릅쓰고 파업강행을 결정한 것은 노사정 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나름대로의 불만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다 전국운송하역노조 및 화물연대 지도부의 조합원 장악력 부족, 그리고 그동안 쌓여온 정부에 대한 불신 등이 겹친 것도 파업강행으로 치닫는 데 한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새벽까지 계속된 화물연대와 운송업체, 정부 부처간 교섭에서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시간 확대와 휴게소 개선 등 부분적인 합의를 이끌어냈으나 핵심사항인 경유세 인하, 노동자 신분 인정, 근로소득세제 개선 등 3가지 사항에 대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일부 강성 조합원들은 손에 잡히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해왔다.

조합원들은 경유세가 인하되지 않을 경우 “운송료를 인상해 봤자 실익이 없다”는 입장을 취해 부분합의에 별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또 10일 지도부가 파업 유보를 결정했다가 조합원들의 반발에 부닥쳐 파업 강행으로 돌아서는 등 사실상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지도부가 와해된 데다 개별사업자의 모임인 화물연대의 특성상 지도부의 장악력이 부족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도부는 파업 지속에 따른 항만마비 등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데다 ‘파업 강행시 공권력 투입’ 방침을 전달받아 ‘선 파업 유보 후 협상’을 조합원들에게 설득했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지도부는 강성 조합원들의 선동에 의해 파업 강행 분위기가 조성될 것을 우려해 7개 지회별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온건성향인 조합원 500여명을 참여시키는 방법까지 동원했으나 소득이 없었다.

또 일부 조합원은 “우리가 전면파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부산항이 거의 마비상태에 빠졌는데 완전마비에 빠뜨리면 무조건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고 강경론을 펴 분위기를 파업 강행쪽으로 몰고 갔다.

이들은 “우리가 10년 전부터 지입제와 다단계 알선 등 화물운송업계의 병폐 개선을 요구해왔으나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해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도 사태를 악화시킨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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