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자체 홈페이지 '운영하긴 하나'

  • 입력 2003년 4월 21일 2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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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들이 인터넷을 통해 주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정책토론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부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구미 경운대 경찰행정학부 정우열(鄭祐烈) 교수는 경북도내 10개 시(市) 지자체의 인터넷 홈페이지 내용 가운데 주민참여 부분을 분석해 이를 경북도 의회가 최근 펴낸 ‘의회보’에 실었다.

정 교수는 “서울시 강남구청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한 주민참여가 매우 체계적”이라며 “인터넷 기반은 별 차이가 없으므로 지자체들이 모범사례를 참고해 적극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석방법=경북 10개 시(포항 구미 안동 경주 경산 영천 영주 김천 문경 상주)의 홈페이지 가운데 주민참여가 가능한 메뉴인 △시장과의 대화 △정책제안 △시정 건의함 등을 대상으로 했다.

주민참여 유형을 분석하기 위해 △특정 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 여부 △주민참여를 통한 토론이 시정부에 제안되고 반영되는지 여부 △주민참여 메뉴의 운영구조 등을 조사했다.

주민참여 모형은 광청형(廣聽型·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모형. 응답이 없는 정책제안이나 설문조사 등을 포함)과 대화형(게시판 등을 통해 정책에 대한 질의 또는 제안과 답변을 하는 형태), 시민토론형(정책주제를 반복적으로 질의 응답하는 형태) 등이다.

▽주민참여 부족=대부분의 지자체가 ‘시장과의 대화’ ‘00시에 바란다’ ‘시정건의함’ 같은 주민참여 통로를 마련하고 있으나 실제 운영은 형식적인 측면이 많았다. ▶표 참조

포항시가 운영하는 ‘시장과의 대화’ 등은 시장과 직접 대화하는 공간으로 마련됐지만 시민들의 의견은 대부분 민원담당부서로 넘어가는 형태다.

구미시는 ‘구미시에 바란다’ 등 메뉴를 여러 가지 설치했지만 글의 내용은 정책토론이나 제안보다는 민원성 질문이 많았다. ‘시장에게 쓰는 편지’도 누가 어떤 내용을 보내고 답변은 어떻게 했는지를 알 수 없다.

안동시의 ‘시장에게 한마디’는 시장에게 편지쓰기를 통해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시정에 반영한다고 되어 있으나 편지내용과 응답결과를 비공개로 하고 있다.

▽단체장 의지가 중요=인터넷을 통한 주민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토론결과에 대한 주민의 정책제안과 건의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자치정부에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때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시정(市政)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주민들이 토론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지자체들이 가끔 제시하는 토론주제도 대체로 범위가 넓고 포괄적이어서 주민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주민참여 메뉴를 눈에 잘 띠도록 홈페이지에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자체 당국에 주민이 편지를 쓰고 답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경우 주민들의 활발한 토론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또 주민들이 편하게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디자인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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