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악기도시’ 인천 명맥잇기 비상

  • 입력 2003년 3월 4일 2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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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간 14만대의 피아노를 생산해 세계 1위의 피아노 회사로 명성을 날렸던 영창악기(인천 서구 가좌동)가 최근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서면서 회사 안팎이 뒤숭숭하다.

영창악기와 함께 국내 악기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익악기(인천 부평구 청천동)는 1996년 발생한 부도 여파에서 탈출해 지난해 법정관리에서 벗어났지만 판매 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 두 악기회사의 활발한 생산으로 한국은 독일 및 일본과 함께 세계 3대 악기 수출국으로 꼽혀왔다.

영창악기는 ‘프렘버그’라는 상표로 1억원짜리 그랜드 피아노를 출시해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익악기는 매년 20%씩 성장하는 디지털 피아노 시장의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90년대 중반부터 4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현지 공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는 이들 ‘빅2’를 포함해 탄탄한 기반을 갖춘 악기 회사가 13개에 이르고 있다. 한국악기공업협회에 등록된 34개 악기 제조업체 가운데 40%가 목재산업이 발달한 인천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이 가운데 기타만 제조하는 부평구 갈산동의 콜트악기는 세계 시장의 20%를 점유해 기타 부문에서 세계 1위 업체로 부상했다.

영창과 삼익이 휘청거리자 인천시는 ‘악기 도시’의 명맥을 잇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4일 “임금이 싼 중국에 밀리면서 악기 회사들의 가동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악기 회사의 재기를 돕기 위해 행정적인 지원과 함께 세계 악기박람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시민의 날에 맞춰 10월 15∼19일 인천종합문예회관에서 악기전시회, 해외바이어 초청 악기 수출상담회 등을 열기로 했다.

시는 악기박람회를 격년마다 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성악가와 합창단을 초청해 국제음악제도 열 계획이다.

한국악기공업협회 진석규 전무는 “60년대부터 인천이 악기산업의 본거지 역할을 해왔으나 인건비 상승 등으로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며 “국내 공장에서는 고가 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중저가 제품은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공장에서 생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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