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大 "신입생을 모셔라" 대입정원, 고교졸업생보다 많아

  • 입력 2003년 1월 13일 18시 28분


코멘트
《경북의 한 전문대 교수인 이모씨(44)는 지난해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 지금까지 서울 등 전국의 고교를 돌며 신입생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교수는 “학교에서 교수 1명당 원서를 150장씩 확보하라고 해서 하루에 4, 5개 고교를 찾아다니고 있다”며 “올해는 전문대 지원 학생이 적어 학교로부터 ‘유치실적이 저조하다’는 경고를 받고 나니 자리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올 대입부터 고교 졸업자 수가 대입 정원을 웃돌면서 전문대들이 신입생 확보를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대들은 학생 모집난을 타개하기 위해 교수들에게 학생 유치를 독려하는 한편 교육내용 특성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원자 급감=서울 부산의 전문대들은 거의 원서를 마감했지만 정원을 넘긴 경우도 경쟁률이 대부분 지난해보다 40∼50% 정도 낮아졌다.

특히 2월까지 원서를 받는 지방 소도시의 전문대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학과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생 취업률이 100%에 달하는 전북의 한 전문대 학과에는 40명 모집에 지원자가 9명에 불과했다.

대구 경북지역은 4년제와 전문대의 정원이 10만명이지만 수험생은 6만명에 불과해 대학마다 위기감에 싸여 있다.

▽원인=수능시험 지원자 수는 2001학년도 87만2297명, 2002학년도 73만9129명, 2003학년도 67만5759명으로 계속 줄어 올해는 대입 정원보다 3000여명이 부족한 상태다. 지방의 4년제 대학들도 신입생 유치 경쟁에 나서 전문대 지원자를 빼앗아 가는 바람에 전문대 경쟁률이 더 떨어지고 있다.

경기 경복대 김영진(金榮珍) 학사지원 처장은 “4년제 대학들이 실업계 고교생 특별전형과 수시모집 확대 등을 통해 전문대에 지원할 만한 수험생들을 선점해 모집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유치경쟁·특성화 전략=광주의 모 전문대는 신입생을 많이 유치한 교수에게 이사장이 공로장을 주고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전북의 한 전문대는 교수에게 신입생 20명을 데려오지 못하면 사표를 쓰겠다는 각서를 받기도 했다. 수험생 전형료 면제나 학생을 많이 보내준 고교 교사에게 금품을 약속하는 학교도 많다는 것.

지난해 전문대 미달 인원은 2만3000여명이었지만 올해는 그보다 훨씬 늘어나 미달 대학과 학과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문대들은 애완동물, 푸드스타일리스트, 건축 리모델링 등 취업률이 높은 인기 학과를 신설하거나 2년제 학과를 3년제로 전환하고 특성화하는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강병도(姜秉道·창신대 학장) 회장은 “전문대도 교육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도 직업교육 강화 차원에서 전문대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