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외국인들 ‘서울타운미팅’서 생활불편 토로

  • 입력 2002년 12월 1일 18시 02분


지난달 30일 서울시청서 열린 서울타운미팅에 참가한 한 외국인이 서울 행활의 불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시청서 열린 서울타운미팅에 참가한 한 외국인이 서울 행활의 불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차로를 자주 바꾸는 버스와 오토바이들 때문에 차를 몰기가 무섭습니다.”

“한국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하던데 보일러 전등 화장실이 고장났을 때 집주인과 해결이 안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외국인 자녀를 받아주는 유치원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 사는 외국인들과 서울시 관계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주고받는 ‘제3회 서울타운미팅’이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열렸다.

이는 서울시와 서울외국인투자자문회의(FIAC)가 공동으로 마련한 자리. 100여명의 외국인과 이명박(李明博) 시장 등 시 관계자들은 서울의 교통 주택 교육 등의 문제에 대해 3시간 동안 토론을 벌였다.

김&장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미국인 로버트 길버트 변호사는 “서울의 신호등은 단순히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며 “실제 교통량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되는 신호시스템으로 바꾸면 교통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건의했다.

2년째 서울에 산다는 미국인 마이클 니컬슨은 “서울은 한국인 가이드가 없으면 길 찾기가 힘든 도시”라며 “좁은 도로에도 영문 표지판을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

외국인들은 △출퇴근 시간 차등제 △출근시간 도심진입차량 도로세 부과 등 나름의 교통난 해소 아이디어까지 제시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주택 문제 또한 주요 관심사였다.

브라질인 솔레이먼 디아스는 “서울에는 외국인이 살 만한 곳이 너무 한정돼 있다”며 “외국인을 위한 전용 임대주택을 만들면 서울에 대한 외국인의 인식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서울을 급히 떠날 때 임대보증금을 집주인이 아닌 은행 등 제3의 기관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중저가 주택 전세 입주시 보증금 대신 한국정부가 보증하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 등의 건의도 쏟아졌다.

자녀교육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외국인 아이들을 받아주는 유치원은 거주기간이 만 2년6개월을 넘어야 하고 월 수업료도 100만원에 달해 부담이 크다”면서 “취학 전 아이들을 1∼3시간 맡겨 놓을 곳이 너무 없다”고 지적했다.

한 외국인은 “서울에 외국인학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 다닐 수 있는 외국인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미닉 바톤 FIAC 의장은 “정규수업을 마치면 갈 곳이 없는 외국인 자녀들을 위해 음악 암벽타기 태권도 등 다양한 체험기회를 마련하면 한국을 배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 관계자는 “외국인 전세 입주자를 위한 정부 보증 문제는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에 규정이 만들어져야 가능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또 “상암동에 조성 중인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단지에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175가구를 만들어 전세나 월세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어를 함께 사용하는 외국인 학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제기된 문제점과 건의사항을 적극 검토해 시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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