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재교육 선발보다 관리가 문제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8시 16분


정부가 영재교육에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영재교육진흥 종합계획’에 따르면 영재교육 대상을 현재의 1만명에서 4만명으로 늘리고 분야도 과학 위주에서 예술, 정보통신까지 확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번 발표를 놓고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은 끊임없이 사교육 시장을 확대해 가는 우리의 남다른 교육풍토 때문이다.

전부터 정부가 영재교육 추진계획을 마련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영재교육 붐이 일고 있다. 학원들의 상혼까지 가세하면서 일부에선 과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발표 이후 정부의 치밀하고 일관성 있는 실천계획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영재교육’이라는 또 하나의 사교육 시장만 추가되고 국가 인재의 조기 발굴 및 육성이라는 영재교육의 본질은 정작 곁가지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가 가장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내실을 중시하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영재를 전국에서 몇 만명 선발했고 전담교사를 얼마 확보했다는 통계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영재교육의 성패를 가름하는 열쇠는 바로 철저한 준비와 치밀한 관리에 있다.

영재교육의 핵심은 영재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판별 작업과 사후 관리로 나뉜다. 영재 판별의 경우 사설기관들이 저마다 개발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혼란스러운 느낌마저 없지 않다. 정부가 나서 우리 현실에 맞는 과학적인 판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사후 관리는 더욱 절실한 과제다. 일부 시행 중인 영재교육 프로그램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재교육에는 꾸준한 투자와 함께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인내심이 요구된다. 정부는 당장의 실적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영재를 길러낼 수 있는 국가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 같은 영재교육의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다면 일부 과열 양상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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