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해안 백사장이 사라진다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8시 56분


동해안의 백사장이 ‘실종’되고 있다.

해변에 방파제와 도로 건물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모래가 유실되고 해안선이 후퇴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 한국해안해양공학회 김규한(金圭漢·41·관동대 건설환경시스템 공학부) 교수팀은 98년부터 최근까지 강원도 고성∼경북 포항까지 동해안의 해안선 300여㎞를 조사한 결과 이같은 침식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김 교수는 “해안도로와 방파제로 인한 해안선 변형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해안토사의 불균형〓눈에 띌만큼 해안선 침식이 진행된 곳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속초시 조양동, 양양군 현북면, 강릉시 사천면, 강릉시 강동면 정동리, 삼척시 근덕면, 경북 울진군 기성면 죽변면 후포면, 포항시 남구 장기면 등 이미 20여곳을 넘어섰다.

이 곳은 30∼40년전에 비해 평균 40∼50m가량 백사장 폭이 좁아졌다. 강원도 일부 해안선은 최장 70m가량 해안선이 침식됐다.

원인은 해안토사의 불균형. 표사(파도를 따라 이동하는 흙)를 이동시키면서 해안선쪽으로 밀려오는 파도는 자연스럽게 표사의 균형을 이루어야 하지만 방파제 같은 인공구조물에 부딪히면서 표사의 침식과 퇴적이 기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방파제 등 연안구조물〓해안선 유실의 ‘주범’은 방파제와 제방, 해안선을 따라 건설된 해안도로, 해안선과 맞닿아 있는 건물 등 인위적 구조물이라는 지적.

해안 구조물은 파도가 몰고 오는 조류를 변형시켜 해안선 토사의 불균형을 가속시킨다는 것. 즉 방파제의 바깥쪽에는 토사가 깍여 나가는 반면 안쪽에는 쌓여 토사불균형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하천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토사가 감소하는 것도 해안선 침식의 원인. 해안도로와 해변건물이 내륙에서 흘러드는 토사를 가로막아 백사장 ‘보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월 경북 울진군 원남면 오산항을 조사한 연구팀은 “방파제를 설계할 때 이같은 문제를 고려했더라면 항구 남쪽의 해안선 침식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안선 관리 시스템 필요〓백사장 유실은 미국 일본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에 공통적인 현상. 지중해 연안의 프랑스 칸느지역은 이미 백사장이 유실돼 대부분 자갈해안으로 바뀐 상태. 모나코, 미국의 하와이, 일본의 일부 해변 등은 관광객을 위해 매년 모래를 수입해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팀은 “해안선 침식을 ‘해안 재해’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안선 후퇴의 원인을 분석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것. 연구팀은 “일부 지자체는 불균형하게 쌓인 모래를 퍼내면 해안선이 복원될 것으로 오판하고 있다”면서 “복원계획은 동해안 전체의 구조와 침식상태를 종합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