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정웅 대구시 녹지과장

  • 입력 2002년 11월 13일 21시 09분


대구시내의 조경은 국내 어느 도시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지역적인 특성 때문에 상록수가 부족, 겨울에는 도심 풍광이 다소 빈약한 편이다.

이 때문에 상록수(常綠樹)를 심는 시도가 진작부터 있었다.

70년대 동대구로에 가로수로 심어진 히말라야시다도 그런 시도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히말라야시다는 외래종인데다 뿌리가 얕아, 쉽게 넘어질 우려가 있고 늘 푸르러 계절미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부 시민들은 이를 뽑아내고 다른 수종으로 바꿔야 심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80년대 중반에는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서 자생하는 종가시와 참가시 등 가시나무류와 광나무 등 우리나라 자생 상록활엽수가 대구시내의 조경수로 도입되기도 했으나 내한성(耐寒性)이 약해 상당수가 죽고 말았다.

가시나무류가 향토 고유 수종이나 성장속도가 더딘 반면에 히말라야시다는 성장속도가 빠르고, 천근성(淺根性)이라고 하나 토심이 깊은 곳에 심으면 잘 쓰러지지 않고, 또한 통풍이 잘 되게 가지를 솎아 주면 잘 쓰러지지 않으며 병해충이 없어 관리가 매우 용이하다.

히말라야시다의 짙푸른 상록잎은 계절에 따라 변화가 없고 먼지가 달라붙어 우중충한 인상을 주고 있어 은행나무처럼 산뜻한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히말라야시다는 그러나 겨울에도 대구의 도심에 ‘녹색의 생기를 뿌리는 나무’로 자리 잡았다.

히말라야시다의 수액은 먼 옛날 이집트 사람들이 미라를 만들 때 사용했고, 나무줄기는 예수님이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 가실 때 기둥으로 쓰였다.

이 나무는 일본의 대표적인 소나무인 금송(金松)과 열대지방에서는 나무의 키가 70미터, 지름이 1미터까지 자란다는 아라우카리아와 함께 세계 3대 미수(美樹)의 하나인데도 대구의 일부 시민들은 이 나무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히말라야시다가 늘어서 있는 동대구로를 본 많은 외지인들은 대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길’이라고 오히려 찬사를 보내니 이 무슨 역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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