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OECD 2002년 교육보고서로 본 '한국의 교육'

  • 입력 2002년 11월 11일 18시 25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2년 교육보고서는 한국의 교육비 지출 구조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학업성취도는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서 우수한 국가로 분류됐다. 이와 관련해 ‘입시 중심의 교육이 낳은 결과’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개인부담은 세계 최고〓교육비 지출에서 민간부담 비율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비 지출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정부 등에 의한 공교육비 지출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의 공교육비 지출비율 4.1%는 스웨덴(6.5%), 노르웨이(6.5%) 등 북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헝가리(4.5%)에도 뒤졌다.

이처럼 교육에 대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투자가 선진국에 비해 뒤지다 보니 ‘모자라는 부분’은 학부모 등 민간부문이 메워주고 있다.

GDP 대비 한국의 민간부문 교육비 지출은 2.7%. OECD 통계상 ‘공식 민간부담률’에 잡히지 않는 과외비까지 포함하면 개인이 부담하는 교육비 지출은 이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민간부문 지출은 미국(1.6%)과 캐나다(1.3%)가 일부 1%를 넘고 있지만 OECD 국가 대부분이 1% 미만이다.

이처럼 다른 나라에 비해 공교육비 지출 비율이 낮다 보니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가 36.5명으로 OECD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국보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폴란드도 21.2명인 점을 감안하면 부끄러운 현실이다.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에서도 한국이 32.5명으로 1위. 이는 OECD 회원국이 아닌 필리핀(34.7명)에 육박한다. OECD 평균은 17.7명.

▽한국 학생들, 그래도 공부는 잘한다〓OECD는 15세 학생 기준으로 성적을 평가했는데 한국 학생은 여러 부문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로 꼽혔다. 과학의 경우 평균점수가 552점으로 1등을 차지했다. 2위는 550점인 일본, 3위는 538점인 핀란드였다. 미국은 499점으로 OECD 평균인 502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고득점자 비율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 과학 전체 순위는 일본과 공동 1위.

학생들의 과학 성적이 세계 1위인데도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등을 하나도 따지 못한 것은 입시위주의 ‘수박 겉 핥기 과학교육’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대학과 연구소에서 활발한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수학 평균점수는 일본이 557점으로 1위, 한국이 547점으로 뒤를 이었다. 뉴질랜드가 537점으로 3위, 미국은 493점이었다. OECD평균은 498점. 포르투갈(454점), 이탈리아(457점) 등 라틴계 국가와 멕시코(387점)가 수학성적이 좋지 않았다. 전체 수학 순위는 일본이 1위였고 한국과 뉴질랜드가 공동 2위.

한편 OECD는 한국 일본 캐나다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5개 국가를 평균점수가 높고 우열 격차가 적은 점을 들어 ‘모범사례’로 별도로 분류했다.

▽‘대학교육투자의 수익률’〓OECD는 이번에 10개 국가(한국은 제외)를 대상으로 대학교육을 ‘투자’로 간주하고 이 투자의 ‘연(年) 수익률’을 계산했다. 학비, 학위를 취득하는 데 걸리는 기간, 세금, 실업가능성 등 여러 변수를 포함시켰다.

영국과 미국이 14∼16%의 높은 수익률을 보였고 이탈리아와 일본이 6∼7%로 낮았다. 그래도 실질금리보다는 높아 대학교육 투자는 ‘짭짤하다’는 것이 OECD의 결론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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