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1조 이상 추가손실 불가피…대한투신 승소 파장

  • 입력 2002년 10월 16일 18시 55분


16일 원리금이 모두 6030억여원에 이르는 대우 연계콜 관련 소송에서 서울지법 민사합의23부가 원고인 대한투자신탁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한강물을 퍼다 쓰듯 낭비해온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에서 다시 천문학적인 금액의 추가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한국종금 삼신올스테이트생명 서울투신도 대한투신과 같은 소송을 냈기 때문에 역시 승소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예보는 앞으로 연체이자를 포함해 모두 1조원이 넘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지도 모르게 됐다.

연계콜은 금융기관이 미리 기업에 대출 또는 회사채매입을 약속하되 직접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다른 금융기관(주로 종금사)을 끼워넣는 3자간 거래방식을 말한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금융기관이 한 기업의 대출한도를 초과해 빌려줄 경우 이러한 연계콜을 많이 이용했고 종금사는 중간에서 짭짤한 수수료를 챙겼다.

대우그룹은 99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한투신 등 4개 금융기관에서 9309억원을 지원받았다. 지원방식은 4개 금융기관이 나라종금(현재 파산절차 진행 중)이 발행한 어음을 매입하고 나라종금은 이 돈으로 대우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를 매입한 것.

예금보험공사는 2000년 대우그룹 법정관리 여파와 예금 인출로 나라종금이 파산하자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나라종금 예금자들에게는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4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을 보류했다.

발행어음은 분명히 예금자보호 대상이지만 그 성격이 ‘대출’이었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 사안이 불거지자 금융감독원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지만 금액이 워낙 커 수포로 돌아갔고 4개사는 법원에 보험금지급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대우그룹에 대한 ‘편법지원’ 의도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예금자보호법상 금융기관간의 어음매입도 보호해주도록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판단은 ‘금융거래의 실재’를 따지기보다는 ‘금융거래의 외형’에만 치우친 데다 선량한 예금자를 보호한다는 입법 취지를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대한투신의 대우에 대한 지원은 어음발행이라는 형태를 가장했는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대출’에 해당하기 때문. 지원 금액 중 1800억원 정도는 나라종금을 거치지 않고 대우로 바로 흘러간 것도 있으며 이런 자금 흐름 자료가 법원에 제출됐다고 예보 관계자는 전했다.

대한투신의 변호는 국내 유수의 로펌으로 통하는 김&장법무법인에서 맡았으며 예보측 대리인은 규모는 작지만 금융 관련 전문 로펌으로 통하는 한빛법무법인에서 맡았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판결이 내려진 배경에 법 논리 외의 요인이 작용하지는 않았는지 의심쩍다는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금융기관의 편법대출마저 예금자보호 대상에 포함시키는 결과를 낳게 돼 앞으로 변칙적인 자금지원이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중소형 금융기관에서는 이런 ‘돌려치기 대출’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예보는 “공적자금은 국민세금으로 조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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