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외국학생 유치하라"…신입생감소 대비 생존전략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8시 31분


《‘외국인 학생을 잡아라.’ 지방대학들이 중국과 베트남 등지의 고교졸업생을 대상으로 유학생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기존의 어학연수나 학생교류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신입생 감소에 대비한 생존전략 양상을 띠고 있다.》

▽외국인 학생 유치경쟁〓13일부터 이달 말까지 중국 상하이 베이징 선양 등지에서 열리는 한국유학박람회에는 국내 10여개 지방대학이 전용 홍보관을 설치하고 유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유학박람회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일본 캐나다 러시아 등도 참가해 중국학생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등지에서 신입생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은 2000년부터 시작돼 현재 대구대, 광주 조선대, 영암 대불대, 대전 배재대에는 중국인 학생 250여명이 입학했거나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지역대학들은 앞으로 2∼3년 안에 300여명씩 외국인 학생을 신입생으로 유치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중국뿐만이 아니다. 부산 부경대는 6월 일본 나가사키현의 고교들을 방문해 입학설명회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쓰시마섬에서 입학설명회를 열었으며 현재 일본의 고교졸업생 13명이 정식 입학했다. 대구대는 13일까지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열리는 유학박람회에 참가해 학교설명회를 열고 있다.

▽유학생 시장 선점〓지방대학들이 중국과 동남아 학생 확보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 학생 감소에 대비하는 측면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캠퍼스를 해외로 개방해 유학생 시장을 선점(先占), 새로운 명문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도 때문이다.

월드컵과 한류(韓流) 분위기로 높아진 한국의 이미지를 적극 이용해 지방대학의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삼는다는 전략. 대구대 국제교류교육센터 먀오옌창(苗延昌·중문과 교수) 소장은 “내년까지 100억원을 투자해 외국인 신입생 유치 기반을 확립할 계획”이라며 “대학의 브랜드를 해외에 알리고 다국적 캠퍼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 유학생 유치의 또 다른 목적은 대학재정 확보. 대구지역 D대학의 경우 2007년까지 1000명을 유치해 연간 11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등록금을 액면대로 받은 뒤 절반가량은 장학금 형식으로 돌려줘도 대학재정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없나〓대학들이 함량미달 유학생을 마구 유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 지방대에서는 중국인 유학생 20명중 6명이 도주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유학생 부모의 재정보증 등 입학조건을 강화하고 중국인 경우 조선족보다는 비교적 경제력이 있는 한족을 선호하고 있다.

외국학생 유치의 성공 여부는 결국 해당 대학의 역량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교육인적자원부 대학행정지원과 관계자는 “외국 학생을 대학입학 자원으로 유치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도 권장할 만하다”며 “다만 유학생 수용기반을 잘 갖추고 공신력 있게 관리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취재팀·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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