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자원봉사 관리는 초보수준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54분


시민의식의 ‘꽃’으로 불리는 자원봉사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도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지만 정작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체제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사회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국제적 행사가 잇따르고 각종 재난도 대형화되면서 자원봉사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자원봉사자 관리체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높아지는 자원봉사 열기〓올해 8월 초 태풍 ‘루사’가 들이닥쳤을 때 수해현장을 찾은 자원봉사자는 전국적으로 43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앞서 6월 월드컵대회 때는 1만6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자원봉사활동은 86아시아경기대회와 88올림픽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전환점이 됐고 94년 학교생활기록부에 학생들의 자원봉사활동 시간을 게재한 것도 증가를 부추겼다.

시민들의 공동체의식이 높아진 것도 자원봉사자 증가를 이끌고 있다. 8일 국내 자원봉사단체인 볼런티어21에 따르면 20세 이상의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에 1번 이상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은 99년 14%. 올해는 16.3%로 점차 증가했다.

단체를 통하지 않고 ‘나 홀로’ 봉사를 한 사람까지 합하면 수치는 40%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리체제는 제자리걸음〓루사로 인한 수해 때는 자원봉사자에 대한 관리체제가 혼선을 빚으면서 효과적인 인력활용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높다.

이모씨(42·이발사·인천)는 “9월11일 강원 강릉시청을 찾아가 자원봉사를 신청했으나 ‘조금만 기다려라’는 말만하다 배치하지 않아 하루를 허비했다”면서 “자치단체가 피해복구에 정신이 없었겠지만 자원봉사자 관리체제에는 문제가 있어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 자원봉사 희망자들이 무슨 일을 잘할 수 있을지를 파악해놓은 데이터베이스도 없어 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안은 있나〓전문가들은 우선 “현재 시군구별로 나뉘어 있는 자원봉사센터를 총괄하는 전국자원봉사센터를 민간기구로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인적정보 관리와 교육도 꾸준히 이뤄져야 할 과제. 자원봉사관리자 교육도 볼런티어21과 부산 대구의 몇몇 센터를 제외하고는 전무한 실정이다. 국내에 관리자 프로그램을 수료한 인원은 2000여명이지만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영국은 10만명에 이른다.

볼런티어21의 이강현(李康鉉) 사무총장은 “미국은 재난대책본부 안에 민간자원봉사단체가 있어 유기적인 협력이 이루어지지만 우리나라는 자원봉사의 중심이 돼야 할 각 자원봉사센터가 지자체의 지원부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릉자원봉사센터 서성윤(徐聖潤) 소장은 “이번 수해를 계기로 성숙한 자원봉사의식을 확인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드러난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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