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몸 사리는 교육개발원

  • 입력 2002년 8월 29일 18시 47분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30일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교육 분야에 대한 연구를 찾아보기 어렵던 1972년 직원 47명으로 출발한 교육개발원은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184명의 직원을 둔 국내 최고의 교육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KEDI는 교육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70년대부터 장기종합교육계획안 수립, 교육과정 개편, 교과서와 학습자료 개발 등 정부의 교육정책 수립에 이론과 골격을 제공하는 등 한국교육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이론과 현장을 접목해 연구하는 KEDI를 거쳐가면서 KEDI는 ‘교육학 교수 훈련소’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책 또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그렇듯이 KEDI가 국가 수준의 싱크탱크로서 과연 권위와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도 많다.

KEDI는 지난해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에 대한 학교현장조사와 사교육비 실태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가 낮았고 오히려 고액 과외가 늘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호된 질책과 함께 기관 폐지론까지 나왔다.

KEDI는 그 뒤로 몸을 사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4월 발표할 예정이던 ‘교육비 조사연구’ 결과를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아직도 내놓지 않고 있다. 5월 퇴임한 전임 원장은 사교육비가 늘었다는 부정적 내용이 자신의 재선임에 걸림돌이 될까 봐 뒤로 미뤘다.

‘연구보국(硏究報國)’을 내세운 후임 이종재(李宗宰) 원장도 “연구기관인 만큼 특정 사안에 대해 전문적인 우리 목소리를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역시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고 교육부도 난색”이라며 머뭇거리고 있다.

KEDI는 30주년 기념 세미나 안내 책자에 김대중 대통령의 사진 한 장을 실었다. 이 때문에 “개발원도 DJ 홍보를 하느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KEDI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이인철기자 사회1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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