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20년 환경피해 누가 보상하나요”

  • 입력 2002년 7월 24일 20시 09분


올 4월 30일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내린 인천 중구 신흥동 항운아파트 환경 피해보상 결정에 대해 자치단체가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이 아파트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내린 항운아파트 환경 피해보상 결정에 대해 인천시와 중구가 불복, 7월 5일 인천지법에 배상책임이 없음을 확인해 달라는 ‘채무부존재(債務不存在)확인’소송을 냈다.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이란 배상의 책임이 없음을 법원이 확인해 달라는 소송으로 민사로 진행된다. 따라서 20년동안 소음 먼지 등에 시달렸던 항운아파트 주민들은 이들 기관을 상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다시 시작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실태 및 과정〓항운아파트 인근에는 보세창고 해사(海沙)채취업체 원목야적장 컨테이너 야적장 등 항만 관련 시설과 업체가 56개 몰려 있다. 특히 아파트 앞 도로(왕복 20차로)를 오가는 트럭중 절반 이상이 바닷모래 원목 고철 등 먼지를 많이 발생시키는 화물을 싣고 있다.

주민들은 83년 5월 입주한 이래 20여년간 줄곧 먼지와 소음 등에 시달려왔다며 지난해 11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에 시와 중구 인천해양청 등 관련기관과 인근 업체 56곳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청구했다.

실제 국립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항운아파트 인근 도로는 하루평균 1만여대의 대형 차량이 운행하고 있으며 대기중 미세먼지 농도가 연간 환경기준을 2.6배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소음도 주간 60∼75㏈, 야간 61∼78㏈로 도로변 주거지역의 소음기준(주간 65㏈, 야간 55㏈)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와 중구, 인천해양청간의 떠넘기기〓시와 중구는 “소음과 먼지의 발생원인이 해양청 관할의 사업장들이기 때문에 ‘자치단체가 수억원의 배상을 책임져야 한다’는 분쟁조정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없다”는 입장이다. 시와 중구는 이같은 결정을 인정할 경우 자칫 인천항 주변 다른 아파트에서도 잇따라 비슷한 소송을 낼 가능성이 있어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또 2000년에 2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항운아파트의 방음벽을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주민들의 입장에서 노력을 해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앞서 분쟁조정위의 결정이 나기직전까지 인천시와 중구는 서로를 향해 ‘이일대 도로관리는 상대에게 있다’고 주장, 주민들의 민원을 무시해 반발을 불러왔다.

한편 인천해양청은 “항운아파트의 환경피해는 인천항 밖에서 일어난 것으로 인천시와 중구가 처리해야 할 사항”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항내 업체들에게는 자금을 지원, 비산먼지 측정자동경보시스템과 쓰레기 고온고각로를 설치토록해 먼지 발생을 줄여 나가도록 하는 등 해양청 권한내에서의 노력은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민 입장〓510가구 1000여명의 주민들은 시와 중구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으로 향후 2∼3년간 환경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만큼 물리적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우선 공익소송 지원 변호사회와 공조를 통해 수시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최한흥(67)항운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분쟁조정위원 결정 이후 단 한번도 현장확인을 하지 않고 책임떠넘기에 급급하던 시와 중구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주민들을 깔 보는 처사”라며 “배상결정은 물론 방음벽 보강, 녹지대 설치 등 환경저감 시설 설치가 향후 몇 년간 지연될 수 밖에 없어 주민 피해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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