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간석지개발 표류… 당초 관광단지 활용 추진

  • 입력 2002년 7월 17일 18시 56분


정부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종도∼김포매립지∼송도신도시 등지를 대규모로 개발키로 함에 따라 시화호 남쪽 간석지 2900여만평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건설교통부는 당초 시화호 남쪽 간석지 일대에 수도권 주민을 위한 대규모 관광휴양지로 활용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현재 국토연구원 환경정책연구원 등 6개 연구기관에 용역을 준 상태다.

지금까지 검토된 개발계획에는 대중골프장, 디즈니랜드와 같은 대규모 위락시설, 시화호를 활용한 대규모 수상레저스포츠단지, 자연사박물관 등을 유치하거나 시화호를 조성하는 데 투입된 수천억원의 조성비용을 최대한 거둬들일 수 있는 주거용지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담겨 있었다.

건교부는 이 과정에서 당초 농업용지로 쓰기로 한 1100만평도 용도를 바꿔 2937만평을 아우르는 개발계획을 세워보겠다는 욕심까지 부렸다.

쌀 소비가 줄어들면서 쌀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1100만평에 이르는 농지가 필요하지 않은데다 조성원가가 평당 10만원 이상인 사업지를 평당 2만원인 농지로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을 앞세웠다.

하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프로젝트가 ‘급조’되면서 영종도에 239만평 규모의 종합리조트와 관광단지가, 김포매립지에는 무려 320만평 규모의 레저단지가 각각 들어서게 됨에 따라 이 같은 계획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게다가 정부가 2006년까지 수도권 일대에 151만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키로 하고 그린벨트 해제나 대규모 택지지구 조성 계획을 확정한 상태여서 시화호 남쪽 간석지를 주거지로 활용하기도 어려워졌다.

시화호 개발연구를 주도하는 국토연구원의 양하백 연구위원도 “지금까지 유력하게 검토해온 개발방향이 김포매립지와 대부분 중복돼 원점에서의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고 토로했다.

건교부도 당황하는 빛이 역력하다. 건교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욕심을 버렸다”고 말할 정도. 또 다른 관계자도 “시화호가 마구잡이로 개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에서 개발용역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애써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의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한편 농림부가 “농업용지를 관광용도로 개발하겠다는 건교부의 계획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시화호 남쪽 간석지 개발 계획은 장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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