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특기적성 교육 왜 하나

  • 입력 2002년 6월 3일 18시 24분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이 ‘공교육 살리기’라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고교 수업은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새벽 등교를 강요하는 0교시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방과 후 실시되는 특기적성교육의 편법 운영이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10개 고교를 표본 조사한 결과 특기적성교육 명목으로 개설된 강좌 가운데 수능시험 관련 교과목이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기적성교육은 예술 컴퓨터 등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소질을 키워주기 위한 것인데도 이런 강좌들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버리고 수능 준비를 위한 ‘교내 과외’로 변질된 것이다.

특기적성교육에는 연간 500억원의 정부 예산까지 지원되고 있다. 정부 돈을 받아 교실에서 드러내놓고 입시 과외를 시키는 꼴이다. 이처럼 겉 다르고 속 다른 특기적성교육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당초 취지에 맞는 특기적성교육을 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폐지하는 것이 낫다.

공교육을 살리는 길은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방법과, 비정상적으로 팽창한 사교육을 공교육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 있다. 보충수업이 사교육을 공교육 테두리 내로 흡수하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유책은 역시 공교육 내실화다. 특히 보충수업을 실시하더라도 학원과 개인과외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세계적으로 인재에 대한 개념이 특기적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대학들도 선진국처럼 특기 보유자들에게 입학 문호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리 고교교육은 현실적으로 대학들이 신입생을 어떤 방식으로 뽑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대학이 다양한 입시전형 방식을 택하게 되면 고교교육의 내용도 달라지게 되며 장기적으로 공교육 정상화의 길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