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규씨 도주 누가 봐주나”

  • 입력 2002년 4월 21일 18시 28분


최성규(崔成奎·52·총경)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14일 홍콩으로 출국한 뒤 19일(현지시간) 뉴욕을 통해 미국에 입국할 때까지 ‘보이지 않는 손’이 배후에서 도움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이는 최 총경의 도피 경로와 도피 자금, 뉴욕 JFK공항에서의 잠적 과정 등을 볼 때 제3자의 도움 없이는 그 같은 일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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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총장의 해외도피는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가 19일 구속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청와대가 자신을 해외로 도피시키려 했다고 주장한 것과 맞물려 청와대가 최 총장의 해외도피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 공항 잠적 의혹〓최 총경이 뉴욕에 도착한 20일 오전 4시25분경부터 뉴욕과 워싱턴의 경찰 주재관은 JFK공항에서 최 총경 면담을 시도했다. 그러나 미국 측의 거부로 최 총경의 행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공항 출구에서 대기하다가 입국 후 6시간이 지나서야 최 총경이 별도의 출구로 공항을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청은 △최 총경이 도착 당시 ‘상세입국심사’ 대상자로 분류돼 있었고 △미 이민국이 한국 경찰 주재관의 면담 요청과 뉴욕 주재 한국총영사관 측의 입국 허가 거부 요청을 거부했으며 △안내원과 대동해 별도의 출구로 빠져나갔다고 21일 밝혔다.

우선 최씨가 상세입국심사 대상자로 분류된 것 자체가 의문이다. 최씨는 범죄 혐의를 받고 있지만 지명수배된 상태가 아니며 유효기간 10년짜리 미국 비자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상세입국심사 대상자로 분류될 이유가 없다는 것.

경찰청도 상세입국심사 대상자 분류를 요청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누가 미국 측에 최 총경에 관한 내용을 통보했는지가 의문이다.

특히 불법체류 가능성이 높은 범죄 혐의자에게 6개월 체류 허가를 내준 것은 통상적인 관행과도 다른 일처리라는 지적이다.

미국 측은 한국 경찰 주재관의 최 총경 면담 요청을 “국무부의 허가 없이는 협조할 수 없다”며 거부하고 최씨를 보안요원과 동행시켜 별도의 출구로 내보내 의혹을 사고 있다.

▽도피 자금 출처 의혹〓최 총경과 맏사위는 그동안 다섯 번 비행기를 갈아탔다. 비행기표는 매번 공항에서 현찰로 구입했으며 모두 이코노미클래스를 이용했다고 해도 1만10달러(약 1300만원)가 든다는 게 여행업계의 추산이다.

또 호텔 숙박비와 각종 경비도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도피자금의 출처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 총경은 일요일인 14일 오전 갑자기 홍콩으로 떠났기 때문에 도피자금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환전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결국 미국으로 간 최 총경이 왜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인도네시아에 3박4일 동안 머물렀는지도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미래도시환경 공동대표로 등재돼 있는 이모씨가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어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 총경이 미국을 최종 목적지로 선정한 것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를 만나 사태 해결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경찰청은 20일 중앙징계위원회를 열어 최 전 과장에 대해 ‘근무지 이탈 및 물의 야기로 인한 품위 손상’ 등을 이유로 파면을 의결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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