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노조 통합 '제3노총' 추진 움직임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30분


노동계에 제3의 노총이 탄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3의 노총 설립 움직임은 올 3월 말 서울지하철공사노조 위원장으로 재선출된 배일도(裵一道)씨 등이 중심이 되어 추진되고 있으며 공무원노조와 공기업노조들을 한데 묶어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배 위원장은 11일 “발전산업노조가 장기파업을 했지만 해결된 게 없다는 것은 민주노총의 물리적 대응방식이 해결능력을 잃었다는 뜻”이라며 “공기업의 역할과 임무가 과거와는 달라졌기 때문에 새로운 노동운동이 탄생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지하철노조 측은 4월 29∼30일 한국전력 노조위원장 선거가 끝나면 공공노조연합체를 구성하는 작업을 급속도로 진행할 방침이다.

서울지하철노조는 한국통신노조와 한국전력노조 등 3개 노조를 구심체로 삼아 교사와 보건의료 공무원노조 등의 참여를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서울지하철노조 배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8월 26개 지방공기업노조를 ‘전국 공기업 노조협의회’로 묶어 발족시킨 바 있다.

공공노조연합체는 제3의 노총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극한 대립보다는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면서 국가 사회 전체의 안정과 공존도 모색하는 노총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 위원장은 이어 “공공노조연합체를 만들면 정부와 노정교섭을 할 때 창구를 단일화할 수 있고 정부의 예산지침이나 구조조정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하철노조는 상급단체인 공공연맹(민주노총)이 10일 밤 임시 중앙위원회를 열어 ‘한일월드컵 무파업 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3개월 권한정지 징계를 내리자 “개의치 않는다”며 결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노동계 일각에서는 서울지하철노조가 주도하는 제3의 노총 구성은 여러 가지 걸림돌이 앞에 놓여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박재범 정책기획실장은 “연합체를 만든다면 공기업 사장이 아니라 정부와 직접 교섭을 하는 중앙과 지방 철도 체신공무원과 교사 등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서울지하철노조로부터 연락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서울지하철노조의 배 위원장이 과반수를 가까스로 넘는 지지율로 선출됐는데 공공노조 전체를 이끌 수 있겠느냐”며 “정부와 경영계도 전국 규모의 노총이 3개나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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