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사무원에 금품’ 大法서 위법논쟁

  • 입력 2002년 2월 21일 18시 51분


한나라당 김호일(金浩一·경남 마산 합포) 의원의 부인 이경열(李京烈)씨의 선거법 위반 상고심 판결 과정에서 대법관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판결 결과는 대법관 11명 가운데 6대 5의 아슬아슬한 다수 의견으로 이씨의 상고 기각. 전체 13명의 대법관 중 2명은 해외체류 등으로 합의에서 빠졌다.

그러나 소수의견을 낸 5명의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대해 “안타깝다”는 직설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반박의견을 냈고 이에 대해 다수 대법관은 이를 반박하는 ‘보충의견’을 냈다.

이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간단했다. 이씨가 2000년 4·13 총선을 앞두고 선거사무원 이모씨에게 ‘유권자 제공용’으로 1700만원을 줬다는 것이다.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대법관 모두 견해를 같이했다. 문제는 이것이 선거법 112조의 ‘선거구민 등에 대해 금전 등 물품을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하느냐는 것.

다수의견은 김 의원의 부인 이씨가 선거구민에게 ‘직접’ 금품을 준 것은 아니지만 선거인들을 매수하는 등 부정선거에 사용토록 제공한 것이므로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성(徐晟) 배기원(裵淇源) 강신욱(姜信旭) 손지열(孫智烈) 박재윤(朴在允) 대법관 등은 선거법상 ‘제공’은 ‘선거구민에게 금품을 귀속시키는 것’을 뜻하고 선거운동원 이씨에게 준 것은 ‘교부’에 해당하므로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소수의견은 특히 다수의견이 “법령의 해석을 통일하고 국민의 권리를 마지막으로 보호해야 할 대법원이 그 책무를 외면하고 사건 처리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다수 대법관은 “‘제공’의 의미를 선거구민에게 직접 귀속시키는 것으로 한정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법을 해석할 때 입법 취지와 목적을 고려하는 목적론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법철학적 견해까지 제시했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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