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잡한 안내판… 곳곳에 쓰레기…경주 양동마을 관리엉망

  • 입력 2002년 2월 13일 21시 58분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등록한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중요민속자료 189호)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에는 문화재 관리가 부실하고 관광객의 수준이 낮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설연휴 마지막 날인 13일 기자가 찾은 양동마을은 마을 입구부터 화장실의 변기가 고장나 배설물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화장실에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지저분했다. 화장실옆에는 경주시와 문화재청이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마을정비공사용 자재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다.

150가구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자료인데도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할지 모를 정도다.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안내판을 스치듯 살펴보고 무작정 마을을 돌아본다. 안내원이 한명도 없는데다 마을입구의 안내판도 복잡하다. 대구에서 왔다는 최모씨(34)는 “유명하다고 해서 처음 찾았지만 관리가 안돼 한국의 전통민속마을이라고 하기에 무색하다”고 말했다.

마을 한가운데 세워진 향단(香壇·보물 412호)도 회재 이언적 선생이 경상감사로 부임했을 때 지은 유명한 고택이지만 입구에 안내판만 덜렁 서있을 뿐 귀한 문화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고택의 방 안에는 농기구가 가득차 있었고 부모와 함께 온 초등학생들은 마루에서 뛰어다니며 놀기도 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들어갈 수 없는 곳에도 억지로 문을 열고 들어가 기와에 아이를 앉히고 사진을 찍는 관광객도 보였다.

마을 곳곳에는 폐농기구가 방치돼 있었고 관광객이 버린 비닐 봉지와 음료수 깡통도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주민들은 “민속마을로 지정된 뒤 집수리도 제대로 못하는 불편을 겪고 있는데 관광객들이 떠난 자리에는 쓰레기만 잔뜩 쌓여 짜증난다”며 “경주시에 대책을 세워달라고 하면 ‘민속마을로 지정된 것만도 영광인 줄 알라’는 식의 무책임한 대답만 듣는다”고 불평했다.

양동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마을 이장 이두원(李斗源·52)씨는 “민속자료로 지정된지 20년이 지났지만 주차시설 화장실 안내요원 식수대 등 어느 것도 제대로 갖춰진 게 없다”며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한국의 양대 민속마을인데도 관광수입이 전혀 없어 주민 불편만 크다”고 말했다.

경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