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보니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5시 43분


서해안고속도로가 21일 완전 개통된다. 군산∼무안 구간 개통으로 인천에서 목포까지 한반도의 서부를 관통하는 새 길이 열린다. 90년 12월 공사를 시작해 353㎞ 도로에 11년간 4조7757억원을 쏟아 부었다. 이 길을 미리 달려보았다.

군산을 지나 김제로 들어서니 김제평야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서울에서 2시간30분 동안 달려온 길은 군산∼무안 구간에서 더욱 곧은 도로로 펼쳐진다. 산이 드물어 도로가 꺾일 필요가 없다. 과속의 유혹이 저절로 느껴진다.

한국에서 지평선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고속도로를 1시간 남짓 달리니 어느새 무안이다. 군산∼무안 간 114.3㎞는 서해안고속도로의 마지막 미개통구간. 21일 개통을 위해 가드레일 설치와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 바쁜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8시간이 4시간으로= 목포 대불공단의 보워터한라제지 제품관리팀 이호병차장은 주말부부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서울 집에 간다. 매주 가고 싶지만 8시간씩 걸리는 토요일 오후 서울길을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차장의 주말길은 서해안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되는 21일부터 달라진다. 4시간 남짓이면 서울에 닿을 수 있다. 호남 서부지역의 경제 생활 여건이 완전히 바뀌는 셈이다.

서울 성산대교에서 20분 남짓이면 서해안고속도로 매송인터체인지에 닿는다. 도로변 표지판은 이곳에서부터 제한속도가 시속 110㎞임을 알려준다. 도로가 곧게 뻗은 덕분에 운전자는 시속 10㎞를 덤으로 얻는다. 일반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볼 수 있는 전방 도로의 길이는 1㎞ 남짓. 서해안고속도로는 2㎞에 육박하고 김제평야를 지날 때면 3㎞에 이른다. 도로 상태가 훤히 보여 규정속도만 지킨다면 사고가 날 것 같지 않다.

산이 없어 공사가 쉬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반이 약해 땅 속의 물을 뽑아내고 공사를 해야했다. 도로공사 서해2건설사업소장은 “자체 개발한 연약지반계측프로그램과 모래말뚝으로 연약지반 문제를 해결했다” 고 말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한 귀경길은 천당에서 지옥이 되기도 한다. 신나게 달리다 수도권에 접어들면 상습정체 지역을 만나기 때문이다. 서울 입구인 서부간선도로는 피해야할 악성 정체 구간.

우선 의왕 군포 수원 방면으로 가려면 팔곡분기점에서 신갈∼안산고속도로 방면으로 가야한다. 안산 인천 방면으로 가려면 안산분기점을 지나 서해안고속도로를 계속 타면 된다. 서울 강남권이 목적지라면 조남분기점에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과천을 거쳐 가는 것이 빠르다. 일산 방면도 조남분기점에서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서해안이 설렌다= 서해안고속도로는 목포권 등 호남 서부지역의 경제 여건을 바꿔놓는다. 직접 효과로는 물류비를 꼽을 수 있다. 도로공사는 물류비용 절감액이 앞으로 20년간 11조26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목포권 공단들도 들떠 있다. 337만평 규모의 대불공단은 분양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39%만 팔렸다. 물류비용 탓에 업체들이 입주를 꺼린 탓이다. 박윤수 대불공단 경영자협의회장은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물류비가 최고 10% 절감될 것” 이라며 “바다, 철도, 도로가 연계돼 목포권 개발 잠재력이 엄청나다” 고 말했다.

이기정 토지공사 대불팀장은 “완전개통을 앞두고 대불공단 토지매입 희망 업체가 월 2개 수준에서 월 5개 업체로 늘어났다” 고 말했다.

서해안은 중국과 무역의 전진기지로 떠오르는 곳. 정부는 평택항 건설과 군산 목포항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항구가 제 구실을 하려면 바닷길 뿐 아니라 육상 교통이 원활해야 한다. 그 역할을 서해안고속도로가 맡았다.

▼가볼곳 많은 고속도로 주변▼

‘서해안 고속도로는 관광의 보고(寶庫).’

서해안 고속도로는 어느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오든지 바로 관광지로 연결된다. 서산 태안 해상국립공원과 변산반도 등은 이제 서울의 반나절 생활권에 포함돼 여행객을 기다린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서해대교를 건너면 평택항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인다. 이곳이 서해안고속도로 관광의 출발점이다. 홍성이나 해미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오면 안면도로 갈 수 있다. 2002년 국제꽃박람회가 열릴 안면도는 해수욕장마다 빼어난 낙조를 자랑한다.

홍성에서 군산, 김제로 이어지는 구간은 변산반도, 서산 태안 해상국립공원 등으로 쉽게 연결된다. 줄포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변산반도 채석강으로 가다보면 주변의 너른 김제평야가 그 자체로 빼어난 볼거리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갖가지 축제로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함평 나비축제와 무안 연꽃축제가 대표적이다. 10만여평에 피어있는 백(白)연꽃을 자랑하는 무안 연꽃축제는 매년 7∼9월 열린다. 윤집중 무안군 문화관광계장은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당일 관광이 가능해졌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함평군도 나비축제를 문화관광부 선정 축제로 지정받아 시설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노출콘크리트와 유리로 지은 대천휴게소는 민자사업 1호. 일반 휴게소 건립비의 2배가 넘는 170억원을 투입했다. 하행선 휴게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해안 낙조가 매력적이다. 고인돌 유적을 갖춘 고창 고인돌 휴게소, 평택항을 끼고 있는 행담도 휴게소 등이 여느 관광지 못지 않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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