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교사도 이해못하는 대입요강"

  • 입력 2001년 12월 4일 18시 37분


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총점 누가(累加) 성적분포표를 공개하지 않은데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 진학지도 교사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4일 “수능 총점에 의한 선발 방식은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기고 대학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이룩하기 힘들다”며 공개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일선 고교에서는 진학담당 교사들이나 사설 입시학원들이 자체적으로 총점 누가 성적분포표를 만들어 수험생에게 배포하고 있으나 저마다 수치가 달라 진학지도에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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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점 누가 성적분포표 공개 요구〓4일 교육인적자원부 인터넷 홈페이지(www.moe.go.kr)에는 총점분포표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수백건 이상 쏟아지고 있으며 입시 관련부서에도 항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한 수험생 네티즌은 “총점을 반영하는 대학이 적지 않은데 석차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일선 학교에서의 진학지도는 더욱 힘들어져 서울 강남의 일부 고교들은 부족한 진학지도 자료를 얻으려고 학생들의 수능 총점을 모아 자체적으로 총점 누가분포표를 만들고 있다.

서울 S여고 3학년 김모 교사는 “학생 ‘줄 세우기’를 막는다는 취지의 수능 총점 석차 비공개 방침이 오히려 입시전문기관의 학생 ‘줄 세우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수능 총점 누가 분포표 등 진학지도 기초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학지도 혼란〓4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 3학년 교무실. 삼삼오오 몰려든 고3 학생들과 교사들이 곳곳에서 사설 입시전문기관이 만든 대학배치표 등을 펼쳐 놓고 상담을 하느라 북새통이었다.

수능 총점 누가분포 등이 공개되지 않은 탓에 교사들은 학생들의 정확한 성적 수준을 가늠하지 못해 학생들의 성적과 지원 가능 대학 등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수능 성적 영역별 가중치는 어떻게 됩니까? 내신 반영 기준은 평어인가요, 아니면 평균석차 백분율인가요?”

“비슷한 점수대의 아이들보다 언어영역 점수가 10점 높은데 인문계로 교차지원하는 것은 어떨까요?”

서울에 있는 대학의 공대를 지원하려던 3학년 김모군의 질문이 인문계 학과로 이어지자 상담 교사도 손을 들고 말았다.

일선 고교에서는 복잡한 대학별 전형요강과 진학정보 부족 때문에 진학지도에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들을 상대로 진학지도 시험까지 치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경복고 3학년 김남형(金南亨) 교사는 “각 대학 전형 요강이 너무 복잡해 30∼40개 주요 대학의 전형 요강을 외우며 ‘진학지도’ 공부를 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지원대학의 입시요강을 분석한 뒤 상담하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D고는 3학년 교사들을 대상으로 각 대학 모집 요강과 대학입시제도 등 진학지도 공부에 대한 시험을 치렀다.

10일부터 대학입학 원서를 내야 하는 학생들도 ‘안개 속’을 헤매기는 마찬가지.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무작정 재수를 고집해 부모와 교사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일선 고교 한 반에 10여명 정도가 원서도 내지 않고 재수를 결심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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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박용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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