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밀반출 백태]무역 위장 6600억원 빼돌려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8시 52분


국제화 등의 영향으로 불법외환거래는 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복잡해지는 추세다.

특히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이 손쉬워지면서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외화유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이 심재철(沈在哲·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불법외환거래 수법은 무역 가장, 수출 채권 미회수, 환(換)치기, 휴대 반출, 가격 조작 등 5가지 유형.

▽무역 가장〓A사는 해외 현지법인이 해외 금융기관에서 빌린 외화를 중계무역 수출대금으로 받은 것처럼 가장해 1억2000만달러를 불법 반입했다. A사는 차입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중계무역 수입대금으로 위장, 1억2500만달러를 금융기관에 불법 지급했다. 무역을 가장한 불법외환거래는 규모가 가장 크다. 적발금액은 지난해 3235억원에서 올해 1∼8월 6604억원으로 급증했다.

▽수출 채권 미회수〓B사는 해외에 설립한 위장회사를 통해 해외 금융기관에서 빌린 외화를 수출 선수금인 것처럼 불법 반입했다. 이 회사는 외화 차입금을 갚기 위해 일본 등으로부터 받은 수출 대금(미국돈 2337만달러, 일본돈 2억4900만엔)을 국내로 가지고 오지 않았다. 이 수법은 올 들어 약간 주춤해졌다.

▽환치기〓도박자금 등을 주고받는 데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수법이다. 환치기 적발금액은 작년 417억원(131건)에서 올해 1∼7월 696억원(129건)으로 늘었다. C씨는 밀수입한 골프채 판매대금(76억원)을 국내 계좌로 송금받았다. C씨는 일본의 불법 송금업자에게 특정 계좌에 76억원 상당의 엔화를 입금토록 하는 방식으로 불법지급했다.

▽휴대 반출〓중국에서 의류를 구입해 국내에 들여오는 E사는 다른 사업자의 명의를 빌려 통관을 해왔다. E사는 3억1400만원을 국내에서 달러로 불법 환전한 뒤 그대로 들고 나가 중국 수출업자에게 줬다. 올해 8월까지 적발된 불법 휴대 반출금액은 96억원으로 작년 한 해의 52억원을 크게 웃돈다.

▽가격 조작〓F사는 현지법인의 경영부실로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유연탄 등을 수입할 때 금액을 실제보다 비싸게 신고하고 차액인 600만달러를 빼돌렸다. F사는 이 돈을 현지법인에 불법 지급 빚을 갚는 데 썼다. 가격 조작 적발금액은 지난해 13억에 그쳤으나 올 들어 8월까지 69억원을 넘어섰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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