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실세가 '게이트 3인방' 으로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36분


‘국정원 3총사’가 ‘게이트 3총사’로.

국가정보원의 김은성(金銀星) 전 2차장과 김형윤(金亨允) 전 경제단장, 정성홍 전 경제과장. 이들은 한동안 국정원의 경제문제를 총괄하면서 ‘실세 3인방’으로 불렸다.

이들은 그러나 ‘진승현(陳承鉉) 게이트’와 ‘정현준(鄭炫埈) 게이트’ 등에 직 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게이트 3인방’으로 불리는 처지가 됐다. 이 때문에 이들이 권력형 벤처비리의 ‘주도세력’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검찰수사와 내부징계도 비켜간 실세〓이들은 모두 양대 게이트에 직 간접적으로 연루됐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그 후의 처리과정.

김 전 차장과 김 전 단장의 금품수수 진술은 지난해 11월 검찰에서 처음 확보됐고 국정원도 이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수사검사의 의견은 검찰 지휘부에 의해 묵살됐다.

정 전 과장도 진씨 회사인 MCI 코리아의 전 회장 김재환(金在桓)씨에게서 4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으나 검찰은 ‘빌려준 돈’이라는 김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고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국정원 내부 감찰과 징계도 이들에겐 무력했다. 국정원은 올해 초 김 전 단장에 대해서만 ‘경고’ 조치를 했다. 올 3월 신건(辛建) 원장이 새로 부임한 뒤에야 김 전 단장은 정보학교로 발령이 났다. 신 원장은 김 전 차장에 대해서도 인사조치를 시도했으나 내외의 압력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실세 3인방〓국정원 정보에 밝은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국정원 내에서 출신지역과 업무 등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실세 패밀리’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장 본인은 서울 출신이지만 전남 장성 출신으로 검찰 고위간부까지 지냈던 부친의 후광 등에 힘입어 새 정부 들어 국정원 호남인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는 것이 국정원 관계자들의 전언.

김 전 단장은 광주지부 등 한직을 맴돌다 새 정권 들어 경제과장과 경제단장 등 핵심요직을 차지했다. 김 전 단장과 정 전 과장은 고향이 같을 뿐만 아니라 대학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이들은 청와대와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과 교류하면서 경제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얘기도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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