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읍·면 주민자치센터 '유명무실'

  • 입력 2001년 11월 8일 21시 00분


시군의 읍면동 기능 전환에 따른 주민자치센터가 용두사미식 정책으로 전락하고 있다.

11월부터 주민자치센터를 시범 실시하려던 경북 포항시와 구미시는 의회의 정부교부금 삭감으로 추진계획을 중단한 상태다.

안동시와 경주시의회 등 시군 의회도 주민자치센터가 농어촌 실정에 맞지 않아 예산만 낭비한다며 관련 조례 제정을 거부하고 있다. 11월 현재 경북도 내 23개 시군 중 주민자치센터 운영 조례를 제정한 곳은 3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1억원을 들여 설치한 경북 경주시 현곡면 주민자치센터인 현곡면민의 집 의 경우 면민 1만900명 중 자치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담당공무원은 "자치센터를 이용하는 주민이 많아야 100명" 이라며 "이들을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자치센터를 설치하는 것은 문제" 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할 자치센터를 면직원이 맡고 있어 그나마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도 못한다.

시범운영 1년째인 김천시 아포읍 '아포읍민의 집' 도 사정은 마찬가지. 1억3000만원을 들여 개설했지만 주민 8000명 중 자치센터를 이용하는 경우는 수십명에 불과하다.

읍사무소 담당직원은 "주민의 95%가 농민이어서 자치센터를 이용하기 어렵다" 며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닌 데도 자치센터 설치를 획일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정부교부금까지 삭감한 포항시와 구미시 의회 의원들은 "정부교부금을 따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삭금까지 한 이유는 주민자치센터가 명백한 예산낭비라고 확신하기 때문" 이라며 "억지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재검토해야 한다" 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해 전국 14개 시도 1655개 동사무소에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한데 이어 11월부터 2단계로 전국 13개 시도 1856개 읍면동사무소에 주민자치센터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포항=이권효기자>sap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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