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쇄신 6대방안 발표]'재탕 개혁안'약효있을까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36분


법무부는 12일 특별수사검찰청 설치와 부당한 명령에 대한 항변권, 구속승인제 폐지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들 개혁 방안은 99년 이후 검찰 개혁 요구가 나올 때마다 등장한 ‘단골메뉴’여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시되기도 한다. ‘이용호 게이트’ 등으로 촉발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궁여지책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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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메뉴〓검찰 개혁 방안의 내용은 크게 6가지. 특별수사검찰청 설치와 상명하복(上命下服) 규정 개정, 구속승인제 폐지, 검찰인사위원회에 외부인사 참여, 재정신청 범위 확대와 자체감찰 강화 등이다.

이들 개혁 방안은 검찰 개혁이 거론될 때마다 3, 4차례 등장했던 메뉴들이다. 99년 3월 당시 박상천(朴相千) 법무부장관은 대통령에 대한 국정보고회에서 ‘공직비리수사처’를 신설하겠다고 보고했다. 특별수사검찰청과 비슷한 구조다. 재정신청 대상 확대도 그때 함께 나왔던 얘기.

99년 12월 법무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만든 사법개혁 최종안에도 ‘검찰인사위원회에 대한 외부인사 참여’와 ‘부당한 명령에 대한 항변권’이 들어 있었다.

올 6월 28일 열린 전국검사장회의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특별수사청과 검사 항변권 등 이번에 발표된 것과 거의 동일한 개혁안이 발표됐다.

그러나 법무부는 “지금까지는 ‘논의’ 수준이었는데 이제 그것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라며 “37년간 이어져온 구속승인제를 13일 당장 폐지함으로써 실천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특별수사청 문제〓법무부는 고검장급인 특별수사청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수사의 독립성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한 검사는 “검찰에 대한 불신의 근원은 역대 검찰총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을 벗어나지 못한 데 있는데 특별수사청장도 똑같은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따라서 이 제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청장의 임명 자체부터 독립성을 부여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청장이 딴 생각을 못하도록 임기 만료 후 검찰총장 등 다른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은 ‘사람’과 ‘의식’〓일선 검사들은 최경원(崔慶元) 법무부장관이 12일 개혁안 발표장에서 “국민께 사죄한다”며 고개를 떨구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착잡한 심정을 나타냈다.한 검사는 ‘부당한 명령에 대한 항변권’ 신설에 대해 “우리가 지금까지는 부당한 명령도 그대로 따랐다는 말이냐”고 말했다. 한 간부검사는 “너무 빈번하고 많은 개혁을 하느라 숨이 차다”며 ‘개혁’이라는 말 자체에 대해 회의를 나타냈다.

검사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개혁안은 지금과는 반대 측면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것이 많다”며 “검사 개개인과 검찰간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마디로 ‘개혁’을 외치는 것보다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김형윤(金亨允) 사건’ 등을 제대로 처리하는 ‘행동’이 올바른 검찰 개혁이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많다.

검찰 개혁안 주요 내용
특별수사청 설치권력형 비리 독립해서 전담 수사
상명하복 규정 개정상사의 부당한 명령에 대해 항변 가능
인사제도 개혁검찰 인사위원회에 외부인사 참여, 심의기구화
구속승인제 폐지국회의원 장차관 등 고위층 구속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사전승인제 폐지
재정신청 범위 확대재정신청 대상범죄를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 전반으로 확대
자체 감찰 강화사건처리 과정의 적정성은 물론 공직자로서의 복무자세에 대한 감찰까지 시행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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