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건교 '1억5000만원 해명' 안팎…80년 당시 연봉 500만원

  • 입력 2001년 9월 27일 18시 53분


땅 투기 의혹과 관련된 안정남(安正男) 건설교통부장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의문은 크게 세가지. 공무원 박봉으로 어떻게 80년 초 1억5000만원의 거액을 모았는지, 바쁜 공무중에 어떻게 주식투자가 가능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특히 재산형성과정에 대해 말을 바꿔 발언의 신빙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종자돈은 어디서 났나?〓안 장관은 1980년에 갖고 있던 1억5000만원을 ‘종자돈’으로 6억원을 만든 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현금 1억5000만원은 거액. 어떻게 이 돈을 모았을까.

안 장관은 65년 서울시립도서관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뒤 68년 7급 공채시험에 합격했고 71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1억5000만원의 예치시점인 80년 안 장관은 경력 15년차의 서기관(4급).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이 당시 서기관(15년 경력)의 월급은 20만원대 중반. 여기에 기말수당과 정근수당을 최고액으로 받았다해도 연봉은 500만원 안팎이었다. 특히 해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공무원의 급여수준은 급격히 낮아진다. 74년 수당(기말수당)이 처음 생겼고 79년 정근수당이 신설됐다.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주택수당 직무수당 체력단련비 등은 모두 80년 이후에 만들어졌다.

78년 일반공무원의 월급은 5급 17호봉이 15만8500원, 7급 7호봉이 8만5500원, 9급 4호봉이 6만4500원 수준. 그전 해는 이보다 금액이 적겠지만 설사 78년 급여표를 기준으로 계산해도 안 장관이 15년간 본봉과 수당으로 받은 돈의 총액은 3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았거나 주식, 부동산에 투자했다면 1억5000만원을 모으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의 재테크 비법은?〓안 장관은 “고수익 금융상품과 주식투자로 1억5000만원을 6년 만에 6억원으로 불렸다”고 말했다.

80년 당시 3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4%. 정기예금은 보통 단리이기 때문에 1억5000만원을 3년 후에 찾았다면 2억5800만원이 된다. 그러나 83년부터는 정기예금 금리가 6%대로 뚝 떨어졌다. 정기예금에 다시 가입했다면 원리금은 3억400여만원.

예금 대신 수익증권(펀드)에 가입했을 수도 있으나 80년대 초반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10∼12%대였여서 6억원으로 불리기엔 역부족이다.

따라서 ‘1억5000만원→6억원’의 재테크 비결은 주식투자가 유력하다는 분석. 안 장관이 지방에서 어떻게 어느 종목에 투자했는지는 알 수 없다. 종합주가지수는 80년 초 100에서 86년 12월초 279로 뛰었다. 증권전문가들은 그러나 종합지수 상승률 정도로는 6억원을 만들 수 없다고 지적한다. 다만 뛰어난 투자전문가에게 위탁했다면 그만한 수익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 안 장관은 공직자재산변동신고에서 데이콤 주식을 96년 10월에 사서 99년 11월에 팔았다고 밝혔다.

투신업계는 “주식투자로 1억5000만원을 6억원으로 만들려면 연평균 50%의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며 “이 정도의 운용능력이라면 펀드매니저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왜 말을 바꿨나〓땅 매입자금에 대해 안 장관은 26일 오전 “1년에 33%인 3년짜리 재형저축에 들어 2배로 만들었고, 다시 3년짜리를 들어 6억원을 만들었다”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그러나 신문초판에 문제점이 지적되자 오후 11시경 “고금리의 금융상품(25∼30%대)과 주식 등을 의미한다”고 뒤집었다.

건교부는 이를 ‘단순 착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안 장관이 ‘재형저축’을 처음에 거론한 것은 ‘서민적인 재테크’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장 출신의 경제통인 안 장관이 재형저축을 다른 금융상품과 혼동했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진·천광암·황재성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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