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이씨와 친한 H에셋 대표도 가세"

  • 입력 2001년 9월 23일 18시 34분


▼한나라 이강두의원 삼애인더스 주가 띄우기 주장▼

국회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이강두(李康斗) 의원은 23일 지앤지(G&G)그룹 계열사인 삼애인더스 주가를 띄우기 위해 이용호(李容湖) 회장과 절친한 사이인 ‘H에셋’ 대표 김모씨가 적극적인 투자 권유와 홍보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씨는 비교적 거액을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을 ‘VIP고객’으로 대접하면서 내부정보 수신용 호출기까지 지급한 뒤 각종 허위 정보를 문자 메시지로 보냈으며, 투자 설명회를 열어 갖은 감언이설로 투자자를 끌어모았다는 것.

▽항상 ‘보유’ 또는 ‘강한 매수’ 추천〓김씨는 삼애인더스 주가 등락 여부와 상관없이 항상 ‘강한 매수’나 ‘보유’를 추천했다. 주가가 4000원대이던 1월 19일 김씨는 호출기를 통해 ‘목표 주가가 최저 1만5000원. 추후 강한 반등 예상되므로 보유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현혹했다.

그는 삼애인더스 주가가 1차 고점에 이른 2월 19일(종가 1만5250원)에도 ‘삼애실업, 상상을 초월한 시세 분출이 예상되므로 별도 지시 있을 때까지 보유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또 2월 말부터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려 8000원대까지 내려가도 ‘목표 주가 10만원. 인내하면 좋은 시세 예상’ 등의 메시지로 투자자들의 매도를 막았다. 주식이 6월 4일 2차 고점(1만5400원)을 형성한 뒤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주가조작 소문이 보도되자 ‘보도 사실 무근’ ‘군산 보물선 인양 가시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8월 이후 주가조작 소문이 확산되고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유언비어 유포자 있으나 흔들리지 말라. 현재 유언비어 유포자 색출해 대책 수립 예정’ 등의 메시지를 보내 주가 받치기에 안간힘을 썼다.

▽강연회 개최〓김씨는 거의 매주 토, 일요일이면 모 경제신문사나 여의도 대한투자신탁 등에서 강연회를 열어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특히 김씨는 강연회에서 삼애인더스의 중요전략에 대해 강연한다며 투자자들에게 계속 참석을 당부했다.

김씨는 또 강연회에서 “2대, 3대까지 먹고 살 수 있다” “금 시제품을 봤다” “이 사업은 국책사업이고 국가정보원에 금이 보관돼 있다”는 등의 말로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

이 의원측은 “H에셋이 설립된 것이 99년 7월로 이 회장이 주가 조작에 나선 시점과 비슷하다”며 “이 회장이 H에셋을 통해 주가를 띄우기 위한 루머를 퍼뜨리는 가운데 자신들은 주식을 팔아 막대한 차익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이씨 해외CB인수 A종금사 '첨단기법'▼

지앤지(G&G) 회장 이용호(李容湖)씨가 소유한 계열사 KEP전자가 99년 발행한 1700만달러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CB)를 국내 A종금사가 인수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책임 있는 상장 금융기관이 부실기업의 ‘사기행각’에 가담하는 일은 상식 밖의 일. 게다가 A사는 자사 이익을 위해 소액투자자의 피해가 명백한 ‘주가 떨어뜨리기’를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KEP전자는 99년 8월 말 금융감독원에 “해외투자자에게 CB를 발행해 외자 1700만달러(약 194억원)를 도입한다”고 공시했으나 본보가 입수한 검찰 수사참고 자료에는 이 CB의 인수자는 지난해 파산한 A종금사였다.

그렇다면 A종금은 부실상태였던 KEP전자의 해외CB를 왜 샀을까. KEP전자 경영을 잘 아는 B씨는 23일 “A종금 경영진이 ‘194억원을 투자하지만 리스크는 전혀 떠안지 않고 1∼2개월 만에 수십억원을 벌 수 있는 절묘한 금융기법’을 고안해 내 인수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A종금은 KEP전자의 외환은행 계좌로 194억원을 건네면서 두가지 이면계약을 했다. △KEP전자 주식 50만주(약 250억원)를 담보로 받지만 언제든지 팔 수 있고 △해외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가격은 공시한 대로 5만1900원이 아니라 시장가격보다 ‘일정 수준’ 낮은 가격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용호씨측은 그해 9월 초 깜짝 놀랄 만한 뉴스를 접했다. A종금은 담보를 받자마자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한 것이다. 주가는 5만3000원에서 10일 사이에 4만1000원대까지 떨어졌고 A종금은 11월까지 ‘주식팔기’를 멈추지 않았다. B씨는 “종금사측은 이 과정에서 투자한 194억원의 대부분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씨측은 B씨를 대화사절로 A종금에 보냈지만 A종금으로부터 “계약을 어긴 바 없다”는 말만 들었다. 이용호씨측도 ‘귀중한’ 현금이 들어온 이상 문제삼지 않았다.

A종금은 그해 말 발행받은 CB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전환가격은 이면계약 내용대로 바닥까지 떨어진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결정됐다. B씨는 “주가가 떨어진 만큼 전환한 주식수도 담보로 받은 50만주보다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A종금은 KEP전자에 담보로 받았던 주식 50만주를 돌려줘 약속을 ‘정확히’ 지켰다. A종금은 담보를 돌려주고 남은 주식을 시장에서 팔아치웠다. 이때 팔아치운 주식대금은 고스란히 이익으로 돌아갔다.

이런 ‘첨단 기법’을 예상치 못한 이씨는 계약 당시 현금 2억원의 ‘사례금’까지 A종금에 지급한 상태였다. 본보가 입수한 KEP전자 내부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A종금을 물색해 준 J씨에게 99년8월 말 ‘CB 선급금’ 명목으로 2억원을 건넸다. KEP전자 내부관계자는 “J씨가 현금 2억원을 사과상자 2박스에 담아 종금사 임원에게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머니게임’에서 승자와 패자는 명확히 갈렸다. A종금은 50억원대의 이익을, 이씨는 횡령액 54억원을 챙겼다. 그러나 상장기업인 KEP전자의 재무상태는 멍들어갔고 KEP전자가 “외자를 유치했다”고 공시하자 이를 ‘호재’로 믿고 주식을 산 ‘개미 투자자’들은 반토막난 주식만 손에 남았을 뿐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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