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적 방제 적조피해 키웠다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22분


14일 전남 고흥군 나로도에서 발생한 유해성 적조가 남해를 거쳐 동해로 확산되면서 수십만마리의 양식장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나 방제활동은 응급처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적조 방제를 위해서는 적조밀도를 측정하는 적조 전용 예찰선이 필수적이지만 국내에는 단 한 척도 없는 실정이다. 적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보급하고 있는 적조제거기 등 관련 장비도 가격이 비싸 영세 어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황토살포의 한계〓올해 첫 적조주의보가 내려진 14일 이후 28일까지 남해와 동해 연안에 뿌려진 황토는 모두 7만여t.

황토는 바닷물 속의 유해성 적조생물(코클로디니움)을 흡착, 바다 밑으로 가라앉혀 80% 정도 소멸시키는 효과가 있다. 방제물질 가운데 환경피해가 적으면서도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남해안 일대 양식장의 경우처럼 황토를 뿌려도 적조생물 밀도가 갑자기 높아지거나 순식간에 퍼지게 되면 피해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또 황토는 조류의 흐름이 강할 경우 방제효과가 떨어지는 데다 일조량과 수온이 높아지면 다시 적조가 발생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방제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적조감시 및 방제 장비〓해양수산부는 지난해부터 양식어민들에게 적조제거기와 적조 경보장치를 국비와 지방비 지원 40%, 어민 부담 60% 조건으로 보급하고 있다.

적조제거기는 바닷물을 시간당 200t씩 고속으로 빨아들여 해수와 적조생물을 분리하는 장비로 대당 가격이 2500만원. 양식장 주변에 적조가 밀려올 경우 경보음을 울려주고 해수유입을 차단하는 적조경보장치는 대당 600만원선.

경남과 부산, 울산 등지의 어류양식 어민 300여명이 가입해 있는 해수어류양식수협 지도과 김진환씨는 “그나마 현재 보급되고 있는 장비도 영역이 넓은 해상 가두리양식장에서는 별 효과가 없다”며 “적조가 밀려들 때는 황토를 뿌리거나 자비로 구입한 양수기 등을 통해 산소를 공급해주는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바다 수온과 적도밀도 측정장비 등을 갖춘 적조 전용 예찰선이 국내에 단 한 척도 없는 것도 문제다.

현재 적조 예찰선으로 쓸 수 있는 선박은 국립수산진흥원 등의 시험조사선 15척, 기술지도선 13척 등 28척. 그러나 이들 선박이 대부분 낡고 성능이 떨어져 적조 발생시 예상경로와 밀도 등을 예측하는 데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신(新)방제기술 개발〓유해성 적조생물을 소멸시키거나 억제하는 신물질이 개발되고 있으나 경제성이나 환경에 대한 2차 피해유발 등의 문제로 아직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군산대 연구팀이 97년 유해성 적조의 천적생물을 이용한 방제기술을 개발했고 한국해양연구원도 다시마에서 항적조물질을 추출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그러나 이들 신방제기술은 모두 대량 배양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다만 국립수산진흥원 연구팀이 개발한 황토와 전해수(해수의 전기분해 물질)를 혼합해 살포하는 기술 정도가 실용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립수산진흥원 어장환경부 김학균(金鶴均) 부장은 “적조 제거물질은 무엇보다도 수산생물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고 대량생산이 용이하며 가격도 싸야 하는데 아직 이런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광주〓강정훈·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피해어민 융자금이자 감면▼

정부와 민주당은 29일 ‘적조 대책 당정 간담회’를 열고 최근 남해안과 동해안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유독성 적조로 피해를 본 어민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당정은 피해 양식시설 철거비의 경우 국고지원과 자기부담의 비율을 6 대 4에서 8 대 2로 바꾸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양식어류 폐사시 지원 기준단가의 상향 조정 △영어자금 지원 확대 △융자금에 대한 이자 및 학자금 감면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당정은 또 방제를 위한 황토 구입비와 황토 전용적치장 시설비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양식어류 소비 촉진 및 적조 발생지역 양식어류의 냉동판매 등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진(金泳鎭) 당 재해대책특위 위원장과 정우택(鄭宇澤) 해양수산부장관, 차석홍(車錫洪) 수협중앙회장 등이 참석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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