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 바이러스 무방비…전국 46% 처리기준 못미쳐

  • 입력 2001년 7월 22일 18시 34분


전국 중소 규모 정수장의 절반에 가까운 46%가 원수(原水)에 바이러스가 있을 경우 이를 정화할 능력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올 5월 제기된 ‘바이러스 수돗물’ 파동이 다른 정수장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환경부는 5월부터 두 달간 하루 처리용량 10만t이하인 전국의 정수장 511곳을 특별 점검한 결과 235곳(46%)은 수온이 낮고 급수량이 많은 ‘정수 악조건’에서 소독능력이 ‘바이러스 처리기준(TT)’에 미치지 못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중 41곳(7.6%)은 일상적인 조건에서도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준이 못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고 6곳(1%)은 먹는물 수질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소독능력 부족 정수장 현황

지역정 수 장
울산다운, 선암, 방어진
강원철원 갈말, 양구 방산, 양구 양구, 양구 남면, 인제 부평, 동해 이원, 동해 사문, 평창 대화, 강릉 홍제, 양양 인구, 속초 노학양수
충북진천 진천, 괴산 연풍, 청원 오창
충남논산 강경, 천안 성환, 당진 행정, 홍성 홍성
전북전주 대성, 전주 지곡, 임실 임실
전남보성 벌교, 완도 군외, 완도 보길, 완도 대야, 화순 동면, 함평 함평, 함평 학교, 신안 흑산, 영광 영광제2, 영광 법성
경북성주 초전, 경주 불국
경남합천 해인사, 합천 삼가, 거제 학동, 의령 의령, 양산 하북
총 41곳

먹는물 기준을 초과한 정수장은 경기 가평군 설악, 강원 영월군 쌍용, 영월군 북면(이상 일반세균 과다), 경기 양평군 인구, 경남 거제시 망치(이상 탁도 초과), 경북 포항시 갈평(대장균 과다) 등이다.

환경부는 5월 “10만t 이하 규모의 정수장 31곳을 조사한 결과 5곳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었으며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거센 반발을 샀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바이러스 처리 기준’은 소독제(염소)의 투여 농도만 단순히 규정하는 현재의 수준에서 한걸음 나아가 소독제 농도와 원수의 소독조 체류시간, 수온 등을 종합해 바이러스의 생존 가능성을 따지는 방법”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중이며 우리나라도 연내에 법제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소독 능력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원수가 소독조에서 염소와 마찰하지 못하는 데 있기 때문에 소독조 안에 마찰이 잘 이뤄지도록 하는 벽을 설치하는 등 시설 보완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정수장 운영의 허점도 드러났다. 이번에 조사된 정수장의 근무 인력은 표준 권장 인력의 56%에 불과해 총 427곳(84%)에서 1493명이 부족했고 283곳(55%)은 적정 인력의 절반에 못 미쳤다.

특히 92곳(18%)은 일반직 공무원이 아닌 청원경찰이나 일용 직원들만 근무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정수장 관리 소홀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293곳(57%)은 계측기기 미설치, 기계고장 등 운영상의 미숙이 지적돼 시정조치됐다.

환경부는 10월에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민관 합동점검반을 운영해 개선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장을 고발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립환경연구원 주관으로 정수장 관리요원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정수장 기능직의 수당 및 직급을 상향 조정하는 등 사기진작책도 모색할 것”이라며 “현재 47개인 먹는물 수질기준 항목을 2005년까지 85개로 늘리고 수질안전 관리인증제를 연내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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