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보안망 부실 은폐 의혹

  • 입력 2001년 3월 27일 23시 56분


인천국제공항에 새로 설치된 수하물 X선 검색 장비(Z스캔)가 설탕 같은 일반 화물을 폭발물이나 마약으로 잘못 인식하는 비율이 당초 계약 조건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공사측은 이처럼 오경보율이 높은 사실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장비제작업체에 클레임을 제기하지 않고 은폐하기에 급급해 입찰 당시 특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관계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공사측은 이 장비를 도입할 당시 오경보율이 40% 이내여야 한다는 조건으로 계약했으나 개항을 이틀 앞둔 이날까지 45∼50%선을 유지하고 있어 무려 절반을 엉뚱하게 판별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오경보율은 가방에 들어 있는 고추장이나 설탕 등 식품류를 폭발물이나 마약으로 잘못 인식하는 데 따른 것으로 이 비율이 높으면 컴퓨터 단층 촬영을 통한 CTX 검색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보안 검색 시간이 크게 늘어나 탑승객이 큰 불편을 겪게 된다.

그러나 공사측은 계약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을 알고도 제작업체에 클레임을 제기하지 않고 있어 의혹을 사고 있다. 이 검색 장비가 지난해 11월15일 설치 완료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4개월여 동안 공사측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듯’ 하고 있었던 셈이다.

미국 EG&G사가 제작한 이 장비는 입찰 때부터 말이 많았으며 국정감사 때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국회 건설교통위원들은 “이 제품이 개항시 수하물 처리 절차 지연으로 큰 혼란을 겪었던 홍콩 첵랍콕 공항에 설치된 검색 장비와 같은 것으로 구태여 이 제품을 선정한 배경이 뭐냐”고 따졌었다.

당시 공사측은 “김포공항에서 입찰 예정 장비를 대상으로 한국적 특성 물품과 일반 물품에 대한 오경보율을 조사한 결과 계약 조건에 부합된다”고 답변했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현재 인천공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X선 검색장비는 입찰 방식이 수시로 바뀌는 등 낙찰 업체 선정 과정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며 “계약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데도 클레임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비춰 이 입찰에 뭔가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탁 수하물에서 폭약과 마약을 검색하는 Z스캔은 대당 가격이 1억5000만원으로 인천공항에 모두 55대(82억5000만원 상당)가 설치돼 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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