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돈 김기섭 전차장 진술]조성 경위는 말못해

  • 입력 2001년 2월 27일 19시 33분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운영차장은 올해 1월4일과 11일, 16일, 21일 네차례에 걸친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안기부 예산’임이 분명한 돈을 96년 총선전 신한국당측에 전달한 사실은 시인하고 ‘윗선’의 개입과 공모 여부, 돈을 받은 상대방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피의자 신문조서는 우선 검사가 언론과 여론이 제기하는 다양한 의혹사항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김전차장이 비교적 간단하게 답변하거나 설명하는 방식으로 꾸며져 있다. 결국 검찰과 변호인단은 3월6일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공판 과정에서 김전차장이 검사의 질문에 답하며 풍기는 ‘뉘앙스’의 의미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특징은 김전차장이 강삼재(姜三載)의원을 비롯한 신한국당 관계자들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다소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

검찰과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의 쟁범별 핵심문답
검 찰김 기 섭
자금 성격안기부 부하들이 “구 여당에 지원된 선거자금이 특수활동비나 정책사업비 명목으로 김기섭 운영차장에게 전달한 안기부 예산의 일부”라고 주장하는데.부하 직원들이 한 진술을 부인하지 않겠다(이후 안기부 수표를 추적해 보면 알것이라고 말하며 문제의 돈이 안기부 예산이 확실하다고 일관되게 주장).
YS 대선잔금이나 대선축하금 김현철씨 등이 받은 기업체 자금, 대형발주공사 리베이트 등 속칭 정치자금 아닌가.절대 아니다. 이미 중수부에서 김현철과 나에 대해 샅샅이 조사해서 나온 것이 없지 않나.
YS 통치자금이 아닌가.통치자금은 없다. 안기부 예산에서 빼낸 것인데 무슨 통치자금이냐.
불용액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별도로 관리를 해 왔다고 하는데.선거자금이 안기부 예산에서 나간 것은 확실하지만 그 자금이 어떻게 조성됐는지는 답변하기 곤란하다.
전달 경위강삼재의원이 안기부 수표의 세탁을 주도했는데 강의원에게 갖다 준것 아닌가.누구에게 전달했는지 답변할 수 없다.
구 여당도 돈이 안기부 예산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핵심 간부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된다.
총선자금 940억원을 구체적으로 몇 번에 걸쳐 신한국당측에 전달했나.95년 10월에 200억원 96년 1월에 800억원, 두번에 걸쳐 전달한 것이 확실하다.
어디서 전달했나.밝힐 수 없다.
지시 및 공모집권 여당이나 다른 사람에게서 지시받은 일이 없느냐.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YS가 돈을 안받겠다고 하자 강의원과 접촉해 한 일이 아닌가.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
당시 강의원과 가끔 통화했다는데 무슨 일로 통화했나.기억나지 않는다(자금 지원 요청을 받았는가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대답).
YS 개입 여부당신이 YS에게 전달해 여당의 선거자금으로 지원된 것 아니냐.내가 어떻게 대통령에게 돈을 줄 수 있나. 그분은 누구로부터도 돈을 안받겠다고 했다.
신한국당이 청와대 등을 통해 지원을 요청한 것은 아닌가.그렇지 않다.
YS 면담과정에서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닌가.대통령은 일절 정치자금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

김전차장은 강의원 등의 공모 및 개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는 등 다소 소극적인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김전대통령과 차남 현철(賢哲)씨에 대해서는 다소 강하고 짜증나는 듯한 어조로 확실한 부인을 하고 있다.

또 김전차장과 안기부 직원들은 조성된 선거자금이 모두 국고수표에서 나온 안기부 예산이라는 것을 반복해 확인했다. 그러나 최근 여야간에 논란이 된 ‘불용 예산과 이자’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피했다.

김전차장은 1월16일 “불용 예산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별도로 관리했다는데…”라는 질문에 대해 “신한국당 선거자금이 안기부 예산에서 나간 것은 확실하지만 그 자금이 어떻게 조성됐는지에 대해서는 답변 드리기 곤란하다”는 답변을 했다.

검사는 즉시 “지금까지는 지출항목을 과다 계상해 자금을 조성했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이 말의 뜻을 캐물었지만 이후 김전차장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며 함구로 일관.

이와 관련, 안기부의 한 직원은 1월18일 “(김전차장이) 예산에서 나온 이자와 이월금을 누적시켜 놓았다가 선거자금으로 전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도 이후 불용 예산의 정의와 실태에 대해 추적한 흔적이 있으나 이 역시 본질적으로는 국가예산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사기록에 대해 김전차장측은 “강의원의 재판 결과는 김전차장의 ‘입’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의원측은 “검찰이 두 사람의 ‘윗선’(김전대통령 부자 지칭)을 수사하든가 아니면 강의원에 대한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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