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육골분 먹인 소 1천마리 도축"…'한국 소'는 괜찮나?

  • 입력 2001년 2월 1일 18시 37분


불법반입 육류 폐기
불법반입 육류 폐기
미국 정부가 광우병 예방을 위해 동물성 사료를 먹인 소들을 도축키로 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성 사료의 원료인 돼지와 소의 육골분을 해마다 미국과 중국에서 대량 수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농림부와 사료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99년까지 해마다 미국에서 2500∼6000t의 육골분을 수입해왔으며 지난해에도 9월까지 약 1100t을 수입해 각종 동물성 배합사료에 사용해왔다. 동물성 사료는 전체 수요의 90%가 미국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중국 호주 등지에서 들여왔다.

사료협회와 농림부 관계자들은 “소의 육골분은 70% 이상이 개나 고양이 등 잡식성동물의 사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가격이 비싸 소에게는 먹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소의 단백질 사료로 육골분 대신 단가가 싼 대두박과 채종박 등 식물성 단백질 사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골분의 국내 수입가격은 t당 350∼400달러인데 비해 대두박 등 식물성 단백질 원료는 t당 200∼240달러로 동물성에 비해 식물성이 저렴하다는 것.

그러나 수입된 동물성 사료가 실제로 개나 닭 등에만 사용됐는지는 추정일 뿐 구체적인 유통경로나 용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배합사료 업체가 90여개가 넘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일일이 사료의 판매현황과 용처를 조사하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림부는 이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텍사스주의 한 농가에서 소에게 육골분을 잘못 먹여 전량 폐기 처분하기로 했다는 공식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그동안 광우병이 발견되지 않은 나라다.

FDA는 양계장으로 가야 할 육골분 사료가 소 사육농가로 잘못 갔으며 1222마리의 소는 마리당 5.5g의 육골분 사료를 먹었다고 밝혔다. 사료업체인 퓨리나 밀스사는 이 소들을 구매해 폐기 처분하기로 했다는 것.

FDA는 이번 조치가 미 연방정부법을 어겼기 때문이며 광우병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사료업체가 쇠고기와 뼈를 사료에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미국은 소도축과 폐기에 들어갔고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이탈리아도 동물성 사료의 생산 규제에 나섰는데 우리 정부의 대응은 너무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모임 김재옥(金在玉)사무총장은 “지난해 농림부에 소골분 등 동물성 사료의 수입금지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고 있다”며 “유럽 광우병 국가의 동물성 사료가 싼 가격에 제3국에 수출된 뒤 우리나라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전면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연수·박윤철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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