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씨 여자친구 한정임씨 인터넷에 '추모의 글' 띄워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30분


‘사랑하는 수현아! 너 아니?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널 생각하고 있는지. 나는 아직도 퉁퉁 부은 눈으로 잠 못 이루고 있지만. 수현아! 난 네가 정말 좋은 일 했다는 것 알아. 하지만 남아 있는 나는 어떡하니? 어떻게 살아야 해…. 다시 되돌리고 싶어. 타임머신이 있다면, 아니 내가 대신 죽을 수만 있다면. 나의 사랑하는 수현이. 넌 없어지지 않아! 지워지지 않아. 항상 내 맘 속에 언제나 주인처럼 떡 하고 버티고 있으니…. 항상 널 위해 노래부를게…. 사랑해!’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아름다운 청년’ 이수현(李秀賢)씨에게 그의 여자친구가 보내는 애틋한 추모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현재 부산의 라이브 카페에서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한정임씨(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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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생전에 자신의 홈페이지(http://blue.nownuri.net/∼gibson71)에 한씨의 사진을 올리고 한씨의 홈페이지를 링크시켜 놓았다. 한씨도 자신의 홈페이지(www.nownuri.net/nownuri?anais04)에 이씨를 ‘남자친구’라고 소개하고 이씨의 사진을 올려놓았다. 한씨는 이씨가 숨진 다음날인 27일 ‘천국에 있을 나의 수현이’라는 제목으로 추모의 글을 올렸다.

한씨의 홈페이지에는 27일부터 29일까지 4만여건이 접속됐으며 한씨가 올린 글은 29일 하루만도 4000여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또 둘 사이의 애틋한 사랑에 감동한 네티즌들이 한씨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글도 줄을 잇고 있다.

‘정임씨가 제 옆에 있다면 꼭 안아 줬을 텐데. 왜 괜히 제가 미안한지. 힘내시라는 말밖에 못하겠네요’(이문옥·22·충북 청주시)

‘저도 정임언니처럼 오래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남의 일 같지 않군요. 두 분의 사랑을 하늘이 시기해서 훌륭한 남자친구를 먼저 보냈을 거예요’(서민숙·23· 경기 안양시)

‘칠십 먹은 노인이 잘 알 수는 없으나 필요하면 실컷 울어요. 힘을 내 일어서요. 따뜻한 위로를 보내고 싶어요’(대구의 변호사)

한씨는 홈페이지에서 부산경성대 교육학과 1학년 재학시절 음악하는 친구들의 소개로 이씨를 처음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이씨가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날인 8일 마지막으로 그를 본 한씨는 “‘잘 다녀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며 웃던 그 모습을 떠올리면 자꾸 눈물이 나온다”며 “경성대 1학년 때인 93년 7월9일 한 그룹사운드 모임에서 우연히 수현이를 처음 만났을 때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고 말했다. 또 한씨는 “수현이가 숨지기 하루 전인 25일에 ‘사랑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왔는데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허문명기자·부산〓석동빈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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