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카지노 "게임테이블 자리값 15만~50만원선"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30분


개장 한달을 맞은 27일 오전 6시 강원 정선군 고한읍 스몰카지노. 카지노장 출입구에서는 폐장시간이 되자 밤새워 도박에 열을 올렸던 800여명의 고객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 고객 중 100여명은 나오자마자 출입구에 다시 줄을 섰다.

3시간 후인 오전 9시경 개장하는 카지노에 먼저 들어가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부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주저앉았고, 일부는 신문지를 깔고 누워 잠을 청하기도 했다. 줄을 선 고객 중 한 명은 새치기를 막아야 한다며 자신이 만든 번호표를 나눠주기도 했다. 2000만원을 잃었다는 이모씨(52·경기 수원시)는 신문지를 깔고 앉아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떠나겠다”고 말했다.

한 40대 남자는 “200여석에 불과한 ‘바카라’ ‘블랙잭’ 등 게임테이블은 먼저 들어가지 않으면 하루종일 서서 베팅을 해야 한다”며 “선 채로 게임을 하는 곳은 전세계에서 이곳밖에 없을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자리경쟁이 치열해지자 좌석을 선점한 후 이를 물려주는 대가로 15만∼50만원을 받는 ‘엉덩이값’도 새로 생겼다.

또 이날 오전 카지노 인근의 한 전당포 앞에는 카지노에 왔다가 돈을 털린 사람들이 맡긴그랜저 등 승용차 10여대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주차돼 있었다.

머리를 짧게 깎은 30대 남자가 전당포 간판을 잠시 쳐다보더니 문을 들어섰다. 3일 동안 카지노에서 1500만원을 잃었다는 그는 신용카드를 담보로 잡고 돈 빌리기를 원했으나 전당포 주인이 거절하자 허탈한 듯 발길을 돌렸다.

카지노 입구의 또 다른 전당포 주인은 “차를 맡기고 돈을 빌려간 사람 중 돈을 따서 다음날 차를 찾아가는 사람은 1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급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늘자 사채업자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여 팀에 이르는 사채업자들은 차를 담보로 잡거나 속칭 ‘카드깡’을 해주며 건당 20%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스몰카지노와 호텔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11억8000만원에 달한다.

카지노 운영업체인 ㈜강원랜드가 최근 문화관광부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총매출액은 248억600만원.

카지노 고객이 게임을 하면서 잃는 돈은 하루 평균 1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는 고객 1인당 30만원 꼴이다.

<정선〓경인수기자>sunghy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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