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폐업 장기화 조짐…의대생 '자퇴서제출' 결의

  • 입력 2000년 8월 21일 18시 48분


동네의원들이 대부분 정상진료를 펴고 있는 가운데 21일 의과대학생의 자퇴 결의 및 의대교수의 의료계 투쟁 지지 성명이 잇따라 의료계 폐업사태가 악화되면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 의대생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한양대 노천극장에서 의대생 1만여명이 모여 '자퇴투쟁 선포식'을 갖고 조만간 학교측에 자퇴서를 제출키로 결의했다.

의대생 비대위 김광준(金廣峻)대변인은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진료를 할 수 없는 잘못된 의료환경 개선 요구를 정부는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다"며 "41개 의과대학별로 자퇴서를 받고 있으며 적절한 시기에 이를 학교측에 제출하고 수업 거부는 물론 등록금 납부 거부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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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 등에 대한 해임 군징집 사태가 발생할 경우 '최후의 선택'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촉구함에 따라 서울대병원 경희대병원 등 14곳은 서한으로 복귀를 호소했고 강북삼성병원 건국대민중병원 등 7곳은 구두로 복귀를 요청했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구속자 석방 등을 요구하며 81%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어 종합병원의 의료차질과 환자 불편은 장기화되고 있다.

이날 경영난에 시달려온 동네의원들은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 21, 22일 폐업결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문을 열었다. 보건복지부는 동네의원의 폐업률은 6.5%에 불과, 19일(7.7%)보다 오히려 떨어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주 안으로 의료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뜻을 내비치고 있으나 사태 해결의 전망은 밝지 않다. 다만 의료계 협상기구인 비상공동대표 소위원회가 단일안을 마련, 구체적인 협상전략을 짜 놓은 상태이고 최선정(崔善政)복지부장관이 올 연말 약사법 개정을 약속하며 의료계 설득에 나서고 있어 파국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날 의료계 집단폐업으로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김금식씨(59·서울 은평구 대조동) 등 5명의 피해자 유족들은 정부와 의사협회, 해당병원을 상대로 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들은 소장에서 "제때 진료받았다면 소생할 수 있는 응급환자들이 병원폐업으로 인해 사망했다"며 "사명감을 망각한 의사는 물론 집단폐업을 방치한 정부, 폐업을 지시한 의협은 위자료를 지급할 공동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9년째 인공심장박동기를 달고 생활하던 김금식씨는 6월 15일 이상을 느껴 의사를 찾아갔으나 담당의사가 출장 중 이라는 답변을 들은 뒤 약만 복용하며 진료를 기다리다 열흘만에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 측은 "환자가 진료받을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며 "의료폐업으로 인한 시민의 피해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운동본부는 6월 1차폐업때의 피해사례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었다.

<송상근 정용관 이정은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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