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기념관 정치권 논란]정파 떠나 입장차 미묘

  • 입력 2000년 7월 21일 19시 07분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이 21일 정부의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 기념관 건립방침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 문제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부산에서 휴가중인 김 전대통령은 “정부 돈으로 독재자 기념관 건립을 지원하다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김 전대통령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이 21일 전했다.

이어 김 전대통령은 “박 전대통령은 18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살상했으며 결과적으로 부마(釜馬)사태가 일어났다”며 “그럴 돈이 있으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유신독재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의원은 전했다.

박의원도 이날 “정부가 대선 직전인 2002년 상반기까지 기념관을 완공하려는 것을 볼 때 정략적이라는 인상이 짙다”고 주장한 뒤 김대통령에게 기념관 건립계획의 취소를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에 박 전대통령의 큰딸인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부총재는 “김영삼 전대통령도 재임 중에는 기념관을 짓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정부가 국민 의견을 수렴해 건립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여야를 떠나 다소 복잡했다. 민주당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박 전대통령의 경우 공과(功過)가 동시에 있는 만큼 기념관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86세대인 김성호(金成鎬)의원은 “역사적인 문제를 동서화합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되며 정부가 기념관 건립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론을 폈다.

한나라당의 주요 당직자들은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공식 언급을 피했다. 다만 김용갑(金容甲)의원은 “개인적으로 조국 근대화를 주도한 박 전대통령을 높이 평가한다”며 “액수가 문제가 되겠지만 정부가 건립비용을 일부 보조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유족이나 박 전대통령을 따르는 사람이 민간차원에서 기념관을 짓는 것은 괜찮지만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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