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예산-정책 후유증]결국은 국민부담 가중

  • 입력 1999년 12월 12일 19시 47분


정부와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내놓고 있는 각종 선심성 정책들은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경제에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있다. 선심성 정책들이 재정파탄, 도덕적해이, 거품조장으로 이어져 ‘제2의 환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적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경기회복에 따라 그늘진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선심성으로 몰아붙이면 곤란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를 개혁의지의 퇴색으로 보고있다.

▽파탄나는 국가재정〓정부는 현재 3년째 적자재정을 바탕으로 한 예산안을 내놓고 있다. 방만한 예산운용으로 2004년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정부목표가 물건너 가는 것은 물론 만성적인 적자재정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실제 국민경제의 마지막 안전판인 재정은 이미 위험수위에 와있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구조조정용 공적자금만 64조원을 투입하는 등 엄청난 재정지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규모의 증가에 맞춰 새로운 세입 재원을 발굴하지 못하면 결국 국채를 추가로 발행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금리인상과 국민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게 된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선심성예산은 한번 책정되면 어떤 정부도 삭감할수 없게 되고 그것은 만성적인 재정적자의 요인이 되고 있다.

▽경제의 거품과 제2의 환란에 대한 우려〓선심정책으로 정부가 마구 돈을 푼다는 인상을 주게될 경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물가에 미치게된다. 즉 국민의 과소비를 부추기고 인플레 기대심리를 낳게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자연스레 수입도 늘고 외채도 증가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국제 투기자본의 봉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제2의 환란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세제정책 등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혁정책도 불발로 그쳐 다시 추진할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만 추가적으로 부담해야할 상황이다.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의 심화〓정부는 외환위기를 당하면서 경제주체의 책임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농어촌부채탕감 신용불량자사면과 같은 정책은 이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성실하게 돈을 갚은 사람만 바보가 되고 갚지 않은 사람이 이익을 보면서 모럴해저드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 박성재 연구위원은 “금리인하를 통한 부채경감은 돈을 빌려쓰지도 못하는 농어민보다 그나마 돈을 빌려 쓸 수 있는 농어민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 경제논리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일단 선심을 쓴 뒤 나라 빚을 다음 정부에 넘기려는 행태도 대표적인 모럴해저드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임규진·송평인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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