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 메카 '대덕연구단지' 활기 되찾아

  • 입력 1999년 8월 16일 18시 39분


지난 주말 충남 대덕 LG화학 신소재 연구소.

매캐한 화공약품 냄새가 퍼지는 복도 양편으로 복잡한 기기들이 들어찬 실험실에는 청바지와 헐렁한 티셔츠 차림의 연구원들이 저마다 일에 열중해 있었다.

이곳은 LG화학이 21세기 승부사업으로 선정한 정보전자소재 연구의 두뇌에 해당하는 곳. 반도체에 이어 한국경제의 효자산업으로 떠오른 액정표시장치(LCD)를 구성하는 첨단 소재를 비롯, 벽걸이용 TV에 사용되는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의 주요 소재, 반도체 칩의 봉지재 등 다양한 정보전자 소재들이 이곳에서 탄생한다.

95명의 연구원중 3분의 1은 해외 유수대학의 박사출신.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외국인 박사도 3명 포함돼 있다.

3층 유기발광소자 연구실에서는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LCD를 3∼5년후 대체할 신물질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한 연구원이 종이장보다 얇은 0.7㎛ 두께의 유기발광소자를 구성하는 신물질을 장치에 끼워 전기를 통하자 녹색의 찬란한 빛이 들어온다.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지만 성공만 하면 연간 수천억∼수조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는 일이다.1초라도 먼저 개발하는 쪽이 ‘노다지’를 잡기 때문에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기업과의 개발 경쟁은 거의 ‘전쟁’수준이다.

한국 과학의 ‘메카’ 대덕이 꿈틀대고 있다. IMF이후 찬서리를 맞았던 연구단지들이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R&D 투자가 늘면서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산업기술진흥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민간기업의 연구시설 투자는 지난해보다 1조2000억원(14.6%)정도 늘어난 수준. 97년 6만여명이었다가 지난해 5만7000여명으로 줄어든 연구원 수도 올해 6만3000여명으로 다시 늘었다.

삼성그룹은 IMF이전 매출액의 6.2%(2조2000억원)에 달했던 R&D투자를 지난해 4.7%(2조원)로 줄였으나 올초 4.9%로 늘린데 이어 곧 5%이상으로 올릴 것을 검토중이다. LG화학도 매출액의 3%(1310억원) 정도인 R&D투자비용을 2003년까지 3.5%(약 2300억원)로 늘릴 계획.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8000억원에서 올해 1조원 수준으로 연구개발비를 늘렸으며 제약업체들도 지난해 2225억원에서 올해는 10.5% 늘어난 2488억원을 기록할 전망.

신소재연구소 손세환(孫世煥·39)박사는 “정부산하연구소들은 아직 활기를 찾지 못했지만 기업 연구소의 분위기는 IMF이전 수준을 뛰어넘어 대단히 활기찬 상태”라고 말했다.

입주기관 수도 늘어나는 추세.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덕 연구단지에 입주한 기관은 총 66개로 작년말보다 4개 늘었다. 특히 연구기관이 보유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한 ‘벤처 창업보육 업체’는 작년말 140개에서 올 상반기에 무려 232개로 늘었다.

신소재연구소 유진녕(柳振寧)소장은 “신기술은 개발단계에서부터 특허에 관련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우리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만을 개발한다”며 “세계1등 기술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에 연구원 모두가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덕〓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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