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DJ연금 안기부 지시…검찰, 고소인조사도 안해』

  • 입력 1999년 6월 20일 19시 47분


87년 김대중(金大中)민추협 상임고문에 대한 경찰의 가택연금은 당시 안기부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가택연금 사건 피해자의 진술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자들에 대해 서둘러 무혐의처분을 내린 사실도 드러났다.

재정신청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이같은 사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검찰이 얼마나 ‘진실’을 왜곡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검사제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이 사건 공소유지 변호사인 정성광(鄭聖光)변호사와 법원에 따르면 87년 4월10일부터 6월24일까지 진행된 DJ가택연금은 당시 안기부가 경찰에 지시해 이뤄졌다.

법원은 강철선(姜喆善)변호사 등이 ‘87년 민추협 의장이던 김대통령에 대한 경찰의 가택연금은 불법’이라며 88년 3월 김상대(金相大) 당시 서울마포경찰서장 등을 상대로 낸 재정신청을 김고문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인 98년 10월, 10년만에 받아들였으며 올해 2월 정변호사를 공소유지 변호사로 선임했다.

정변호사는 그동안 법원의 지원을 받아 김전서장과 당시 권복경(權福慶)서울시경국장 황용하(黃龍河)시경정보과장 등에 대한 소환조사와 고건(高建)당시 내무부장관에 대한 서면조사를 벌였다.

김전마포서장은 조사에서 “당시 안기부에서 직접 김고문에 대한 가택연금을 지시했다”며 “안기부는 가택연금 직전 김고문에게 정치활동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경고문’을 만들어 건네줬으며 안기부 지시에 따라 김고문의 동교동 집 앞에서 경고문을 낭독했다”고 진술했다. 권전국장과 황전과장도 이같은 사실을 시인했다.

또 당시 서울지검은 김고문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씨 등이 87년 5월 김서장과 권국장 고내무장관 등을 직권남용과 특수감금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홍일씨 등을 상대로 고소인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당시 김서장을 한차례 소환해 형식적인 진술만 받고 88년 2월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처분했다.

김전마포서장은 재정신청사건 조사과정에서 “당시 검찰이 도장을 갖고 오라고 해 도장을 건네주었을 뿐 구체적으로 조사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번 재정신청사건 수사과정에서 당시 검찰수사가 절차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났고 검찰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특별검사제의 필요성이 입증됐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지적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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