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비서관이 말하는 고급옷 로비說 조사전말]

  • 입력 1999년 5월 26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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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선(朴柱宣)대통령법무비서관은 26일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의 부인이 고위공직자 부인들에게 옷을 선물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1월 청와대 특수수사대인 ‘사직동팀’이 벌였던 조사 경위 등을 공식 설명했다.다음은 문답 요지.

―사건 경위는….

“1월 중순 최순영회장 부인 이형자씨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던 남편에 대한 선처를 부탁하기 위해 당시 검찰총장 행자부장관 통일부장관 등 고위공직자 부인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씨가 어떤 고위공직자 부인에게는 3천만원짜리 밍크코트를 선물했으며, 그 고위공직자 부인이 추가로 몇천만원짜리 옷을 산 뒤 옷값 지불을 요구하자 거절했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뇌물죄가 성립되므로 내사를 벌였다. 내사 결과 최회장 부인이 서울 강남에 있는 라스포사에서 3천만원짜리 밍크코트를 한벌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이 사건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던 장관 부인들도 모두 조사했다. 라스포사 사장이 고객관리를 이유로 잘 협조하지 않아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그러나 이씨가 옷을 사주겠다는 제의를 한 적도 없고, 장관 부인들이 그런 제의를 받은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져 내사를 종결했다. 그 후 온갖 소문이 나돌았는데 누가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정황으로 볼 때 이씨가 당시 검찰총장 부인과 가까운 행자부장관 부인과 통일부장관 부인에게 상처를 입혀 남편의 구속을 면하게 하려는 의도로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 생각한다.”

―장관 부인들이 라스포사에 간 적이 있는가.

“통일부장관 부인이 전부터 그 옷가게를 안다. 또 수요바자회의 같은 멤버인 검찰총장 부인, 행자부장관 부인과 ‘형님 아우님’하면서 잘 어울렸다. 그래서 통일부장관 부인의 권유로 옷가게에 들렀다고 했다. 그러나 그 집은 주로 20만∼30만원대의 옷이 주종이며 밍크코트는 주문을 받아 그때 그때 한벌씩 갖다 판다고 했다. 당시 행자부장관 부인은 30만원짜리 블라우스를 한벌 샀고 검찰총장 부인은 약혼식을 앞둔 딸의 옷 네벌을 1백20만원에 샀다고 했다. 전표를 확인한 결과 이들 부인들이 비싼 옷을 사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밍크코트는 누가 갖고 있는가.

“이형자씨 본인이 입고 있다고 자백했다.”

―그렇다면 이형자씨가 무고죄를 범한 게 아닌가.

“이씨는 조사를 받으면서 특정장관 부인들에게 옷을 사주려고 했다거나 자신이 소문을 퍼뜨렸다고 진술한 적이 없다. 피해당사자들이 고소 고발을 한다면 검찰에서 조사를 하겠지만 고소 고발 없이 조사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당사자들의 문제다. 간접적으로 듣기로는 당사자들이 사법적 대응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문의 출처를 확인해 봤나.

“이씨가 말하고 다닌다는 소문의 내용이 갖가지였다. 억대 옷을 사줬다는 얘기부터 3천만원짜리 또는 2천2백만원짜리 옷을 사줬다는 얘기까지 소문이 많았다. 이씨가 친분있는 교인들에게 넋두리하는 과정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이씨에게 선물제의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씨는 어떤 때는 라스포사 사장이 했다고 말했다가, 어떤 때는 통일부장관 부인이 그랬다고 하는 등 횡설수설하다 결국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라스포사 사장도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진술했다.”

―대통령에게 보고했는가.

“2월초에 보고했다. 대통령도 내용을 소상히 알고 있다. 나도 서울지검 특수부장 시절 현직장관 부인을 구속한 경험이 있어 수사의지를 갖고 조사했다.”

―사건의 성격을 어떻게 보는가.

“여러 정황상 이씨가 남편을 구제하기 위해 소문을 유포한 것 같은데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이씨는 얼마 동안 조사했나.

“이틀간 조사한 것으로 기억한다. 조사에 협조를 하지 않아 사정사정해서 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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