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심야대토론]간부들 거친항의 없자 안도

입력 1999-02-03 08:05수정 2009-09-24 12:16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검사들의 집단 의사 표시와 관련, 검찰사상 최초로 검찰수뇌부와 평검사들이 난상토론을 벌인 2일의 ‘전국 차장 및 평검사회의’는 밤12시를 넘기면서까지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다.

일선검사들이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사건에 대한 검찰수뇌부의 판단과 처리에 불만을 품고 건의서에 연대서명을 하는 등 ‘집단행동’을 벌이자 검찰수뇌부가 고심끝에 앞당겨 마련한 ‘대화의 자리’였다. 토론회는 참석한 평검사들의 의견개진에 이은 이원성(李源性)대검 차장검사의 설득, 그리고 문답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방에서 급히 서울로 올라온 검사들이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이날 오후 2시경.

오랜만에 동료 선후배 검사들을 만났지만 반갑다는 인사보다는 “허 참…”하며 서로 쑥스러워하고 난감해 하는 표정이었다.

오후 2시50분경. 이차장이 대회의실로 입장할 때는 검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숨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감이 흘렀다. 이차장 뒤에는 이명재(李明載)중앙수사부장 안강민(安剛民)형사부장 임휘윤(林彙潤)강력부장 등 대검의 검사장급 간부들이 도열해 있었다. 또 평검사들 양편에는 법무부와 대검찰청 부장검사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차장은 토론장에 들어서자마자 이같은 분위기를 눈치챈 듯 “자, 웃옷을 벗고 이야기합시다. 담배도 한대씩 피우면서 할까요”라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차장은 이어 “오늘 이 자리는 여러분의 진실된 목소리를 듣고자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어떠한 격한 발언을 하더라도 문제삼지 않겠다”며 “필요하다면 나도 검찰조직의 보안을 위해 절대 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도 있다”며 자유토론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비롯한 주요간부들과 직속상관인 지검차장검사들이 ‘임석’해 있는 상황에서의 토론이었기 때문에 열띤 토론으로는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저녁 무렵 이차장이 간부들을 내보내고 혼자서 평검사들을 상대로 대화를 나누면서 다소 민감하고 ‘예리한’질문도 나온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검찰총장의 사퇴문제에 대해서는 몇몇 검사들이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으로 ‘예의’를 다했다는 후문.

지방의 한 검사는 “검찰의 중립성은 수뇌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면 수뇌부가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지검 한 검사가 소속부 검사들의 건의문을 읽으며 “조직의 안정을 찾으려면 수뇌부의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한 정도였다. 이에 대해 지방에서 올라온 한 검사는 “우리 모두에게 원죄(原罪)가 있는 상황에서 수뇌부가 바뀐다고 해서 사태가 해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신 많은 검사들은 과거의 관행이던 ‘떡값’이나 전별금을 근거로 동료나 선배검사들을 수뇌부가 희생시킨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검사들은 미리 준비한 소속 검찰청 검사들의 건의서를 읽은 뒤 이를 이차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대검의 한 검사장은 “혹시나 거친 요구사항이 나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는데 검사들은 역시 ‘합리적’이더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오후 4시50분경 이차장은 “검찰간부는 모두 토론장을 나가달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무르익어 토론이 활기를 띠면서 여러 요구사항이 제시되기도 했다. 한 검사는 검찰총장 임명이전에 인사청문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검사는 대전사건 처리가 너무 가혹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떡값에 대한 ‘자기반성’을 얘기한 검사도 있었다. 이차장과 59명의 평검사, 20여명의 검찰간부들은 저녁을 도시락으로 때우면서 토론을 계속했다.

밤 11시를 넘기면서 평검사들의 의견개진이 끝나자 이차장은 검찰수뇌부 퇴진과 관련, “검찰수뇌부도 고민을 많이 했으나 수뇌부가 사표를 낸다고 해서 비난여론이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차장은 이어 “하루빨리 조직을 정비하고 지연 학연을 타파한 공정한 인사관행을 정립하겠으며 정치중립성 확보를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원표·하태원기자〉cwp@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