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신영호/등하교길 통학버스 운전사아저씨

  • 입력 1998년 11월 9일 19시 28분


아침 등교길에 학교버스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모두 차에 오르고 문이 닫히자 일제히 구구단을 외운다. 구구단을 합창하듯 거꾸로 한번 더 외우니 학교 정문에 당도한다.

TV 프로그램에 ‘구구단을 외우자’라는 게임도 생겼지만 이장우기사님(42)의 따뜻하고 사려깊은 마음씨로 이젠 1학년 아이들도 곧잘 구구단을 외우는 편이다. 농어촌 학교는 소규모화 내지는 통폐합되고 있다. 농어촌 인구 감소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통폐합하는 쪽이다. 주변의 학교가 문을 닫고 우리 학교로 통합되었다. 그러다 보니 학교버스가 없으면 집이 멀어 통학하기가 어려운 아이들이 많아졌다.

이기사님은 93년부터 6년째 학교버스를 운전하고 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왕복 4천여회 11만㎞의 거리를 운행했다. 이젠 마을별로 아이들의 이름은 물론 가정환경도 죄다 알고 있으며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아낀다. 구구단을 외우도록 한 것도 그런 마음에서다.

이기사님께 기초 영어회화 테이프를 구해 갖다 줄 생각이다. 아이들이 구구단을 거의 외웠으니 이젠 영어 말하기와 듣기를 배우도록 해야겠다.

신영호(충남 보령시 관당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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