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판점 억대웃돈「밀거래」…40%가 불법전매

  • 입력 1998년 10월 24일 19시 25분


서울 거리에서 신문 등을 파는 가판점(가로판매점)이 웃돈까지 붙여져 불법으로 매매 되고 있다. 일부 ‘목좋은’ 가판점은 권리금 명목의 웃돈이 1억원을 넘어섰다.

가판점은 정부가 80년대후반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노점상들을 정리하면서 그 대책으로 일부 영세노점상들에게 임대해 준 것. 규정에 따라 1년 임대료 14만원에다 한해 도로점용료 20만∼40만원을 내면 된다.

가판점은 2∼2.76평 넓이로 현재 서울시내 버스정류장 인도 등에 1천6백68개소가 있으며 임대권자는 일선구청. 매매나 재임대(전세 월세)는 금지돼 있다.

그러나 목 좋은 곳은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에 노점상들에게 웃돈을 주고 ‘영업권’을 사 장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벌이가 10만원을 넘는 곳이 많고 특히 행인이 많은 지역은 하루 순수입만도 30만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는 얘기다.

본보 취재팀이 가판점의 운영실태를 현장 조사한 결과 가판점의 40%가 이미 전매된 것으로 파악됐다. 가판점 한개의 거래가는 보통 2천5백만원에서 많게는 1억5천만원까지 천차만별. 전세금은 1천만∼9천만원선이다. 가판으로 그만큼의 금리 이상을 뽑을 수 있기 때문에 불법‘양도 양수’가 수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특히 행인이 많은 서울 중구 명동과 종로구 종로2가, 서대문구 신촌 일대 가판점의 전매가격이 비싼 편. 서울 서초구 강남역 부근과 테헤란로 주변에도 8천만원선에 거래되는 가판점이 있었다.

전매 자체가 불법이고 단속대상이기 때문에 매우 은밀히 이뤄진다. 구청에서 소유주를 확인하러 나오더라도 “잠시 도와주러 나왔다”고 속이는 수법을 쓴다. 확인 단속에 대비해 공식으로 임대 받은 사람과 비상연락망도 구축해놓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민단체 등은 “억대의 웃돈을 주고 가판점 영업으로 돈버는 사람들을 영세민으로 볼 수 없는 만큼 설치 취지에 따라 영세민에게 도움을 주는 가게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 김상범(金尙範)건설행정과장은 “구청이 관리하기 시작한 93년이후 현재까지 적발한 가판대 불법매매 등 위반행위는 26건에 불과하다”며 “각 구청이 불법행위가 이뤄진다는 소문이 나도는 곳은 잠복근무까지 하며 단속을 벌이지만 워낙 은밀히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권재현·박윤철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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