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체류 미국인,택시 승차거부 홧김에 車뺏어 귀가

  • 입력 1998년 10월 3일 08시 55분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서울 종로구 A증권사에 다니는 한국체류 5년째인 미국인 G씨(42·서울 종로구 평창동)는 2일 0시40분경 회사 앞에서 택시를 잡고 있었다. 자정부터 40분이 넘도록 택시 20여대를 향해 유창한 한국말로 “평창동, 평창동”을 외쳤으나 운전사들은 G씨 대신 그 옆에 서있던 한국인들을 태우고 사라졌다.

그때 마침 박모씨(37)의 택시가 G씨 앞에 섰다. 택시가 다시 그를 지나치려 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G씨는 택시의 옆문을 힘껏 걷어찼다. 그러고는 운전석 옆자리에 올라탔다.

문제는 그 다음. 운전사 박씨가 옆문을 살펴보기 위해 차에서 내리자 G씨는 운전석으로 옮겨 앉아 그대로 차를 몰고 집으로 가버렸다.

“또 승차거부를 하는 줄 알고 화가 났습니다. 제 정신이 아니었죠.”

집에 도착한 G씨는 ‘차를 훔친 것이 아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3만원을 차안에 놓고 내렸다. 하지만 깜짝 놀란 G씨의 한국인 부인(37)이 G씨를 대신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운전사 박씨가 “얼마나 많이 당했으면 그런 행동을 했겠느냐”며 선처를 부탁한 점과 G씨가 차안에 ‘택시사용료’를 놔두고 내린 점을 감안해 절도가 아닌 차량불법사용 혐의로 G씨를 불구속입건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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