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호수」 시화호,쪽빛바다로 썩은 먹물이 『콸콸』

  • 입력 1998년 1월 20일 20시 12분


잘못된 개발정책의 전형으로 꼽히는 ‘죽음의 호수’ 시화호 문제가 책임규명의 도마에 오른다. 5천억원을 들여 조성한 경기 안산시 시화호는 당초 계획했던 용도로 전혀 활용되지 못한 채 수질 악화로 막대한 추가 예산만 까먹고 있는 상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분과위(위원장 최재욱·崔在旭)는 21일 시화호 조성 경위에 대해 건설교통부 환경부 농어촌진흥공사의 추가 보고를 받는다. 19일 오후에도 시화호는 썩은 물을 서해로 토해내고 있었다. 서해와 시화호를 가르는 방조제 아래쪽에 터놓은 배수갑문을 통해 시커먼 시화호 물이 더러운 거품을 일으키며 쪽빛 바다로 콸콸 흘러 들어갔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시화호의 수질은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17.7PPM으로 수질 측정을 시작한 92년(3.4PPM)이래 가장 악화된 수치를 기록했다. 시화호 바닥은 오염물질이 진흙처럼 쌓여 ‘사해(死海)’나 다름없다. 더러운 곳을 마다않는 갯지렁이조차 살 수 없는 곳이 됐다. 죽음의 호수 시화호는 서해 연안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소는 시화호 방류가 서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어종이 3분의1로 줄고 양은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시화호의 썩은 물은 인근 주민의 생활 터전까지 빼앗아갔다. 대부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문덕환(文德煥·48)씨는 “시화호 물을 방류한 뒤로는 서해에서 하루 10㎏씩 잡히던 어패류가 1㎏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굴 바지락 놀래기 낙지 등이 1년 열두달 끊이지 않고 잡혀 30여개의 횟집이 호황을 누리던 대부도 방아머리 포장마차촌. 지금은 모두 떠나고 10여가구만이 남아 빈 가게를 지키고 있다. 〈안산〓이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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